밥을 억지로 꾸역꾸역 먹고 있다.
입맛이 도무지 없다.
이건 맛있는 거고, 저건 내가 못 만들 음식이고, 요건 영양소가 풍부하고...
먹어야 될 이유는 많은데 먹히지 않는다.
밥한테 미안하다.
영양사선생님과 조리원분들께도 미안하다.
앞 뒤로 쭉 앉아 밥을 먹는 아이들의 표정을 본다.
꾸역꾸역 억지로 밀어 넣고 있는 아이.
냠냠 맛있게도 먹는 아이.
깨작깨작거리는 아이.
여기저기 구경하며 먹는 아이.
먹는 것보단 앞 뒤 아이들에게 말 걸기 바쁜 아이.
제사라도 지내는지 아직 한 술도 뜨지 않은 아이.
먹는 모습도 다양하고,
먹는 동안 짓는 표정도 다양하고,
앉은 자세도 다양하다.
어떻게 먹든 무슨 상관인가.
열심히 먹으면 된 거지.
항생제 들어간 약들을 며칠 복용해서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간밤에 잠을 못 자서인지
먹히지 않는 밥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한 끼 안 먹었다고 큰일 날 것도 아니고,
한 끼 좀 버렸다고 큰일 날 것도 아닌데,
오늘도 나는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이렇게 살아야 된다는 당위성에만 집착한다.
세상 사는 기준을 나한테만 맞춰서
이건 이렇고 저건 잘못됐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지.
내일은 입맛이 좀 돌아오면 좋겠다.
(주저리주저리 쓸데없는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