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나는 무엇을 위해 혼자 떠나는가
대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여행기가 아무리 저자의 경험, 가치관, 여행지에 대한 정보까지 담아내는 알찬 구성을 자랑한다고 해도 정보 제공이 주 목적인 안내서와는 설명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노력과 경험을 담은, 영국 축구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나만의 글을 써내려가보고자 다짐했다.
혼자 막연히 타국으로, 그것도 유럽으로 떠나는 건 큰 다짐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내가 혼자 영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친구들이 의아함을 표했다. 굳이 왜 혼자 가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혼자 여행을 안 가본 사람이야말로 혼자 여행을 꺼려한다. 나는 군대에서 혼자 여행을 3번 가면서 나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라는 사람이 어떨 때 행복함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혼자 떠나 도착한 영국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만끽하게 했다. 영국에서 만난 누구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고맙지 않은 사람이 없다. 버킷리스트를 이루겠다는 다짐으로 계획하고 도착한 이곳인데,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나니 문득 버킷리스트가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행복함은 물론 있었지만, 막상 이루니 허전했다.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가 과몰입하고 걱정하는 것들. 그 모든 것들도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닌 일들은 아닐까?
내가 영국에 다녀오며 느낀 두 가지라 하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간절함이 주는 황홀함이다. 부대 안에서 전역하면 떠날 여행만을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설렘 속에 보낸 시간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여행이 보다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남을 수 있었다. 부대 안에서 느끼지 못한 자유.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 계급 없는 사회에서 내 시간을 보내니 눈에 밟히는 모든 게 아름다웠다.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조만간 다시 영국 땅을 밟을 것 같다.
한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프리미어리그 직관의 꿈을 키운다면 행복할 것 같다.
보잘 것 없는 대학생의 글을 끝까지 읽어준 독자분들께 진심을 담아 눌러 적는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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