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나조차 언제나 여행지에 도착하면 한두 개쯤 아쉬운 게 생긴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이 가져다주는 필요를 모두 예측해서 충족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행을 해보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여행 후기를 살펴보며 어느 정도 예방과 대비는 할 수 있다. 그러한 연유로 나 역시 영국 축구 여행을 다녀오며 느낀 여러 가지 생각들과 팁들을 그들 문화에 착안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원정팬이 홈석에 앉는다면 조심할 것
때로는 원정팬임에도 원정석을 구하기 어려워 홈석에 앉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원정팬이 홈석에 앉는 것에 대한 시선과 제재는 생각보다 강하다. 따라서 당신이 정말 불가피하게 홈석에서 원정팀을 응원해야 한다면 절대 티 내서는 안 된다. 의류, 용품, 국기 등으로 원정팬임을 인지시키지 않도록 하고 경기 중에도 응원을 해서는 안 된다. 응원하는 원정팀이 득점하더라도 마음속으로만 좋아하고, 실점하면 마음속으로만 속상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축구에 미친 나라인 만큼 홈팬들과 관리자들까지 동원돼 당신은 엄청난 비난과 제지를 받을 수 있다. 경기장 퇴출 가능성도 높다.
일례로 나는 웨스트햄 원정경기에 아스날을 응원하러 홈석에 앉았다. 당연히 아무런 응원도, 티도 내지 않고 킥오프 영상만 찍었을 뿐이었는데 옆에 있던 팬이 나보고 너 아스날 팬 아니냐며 영상을 찍지 말라고 했다. 이후 다행히 일은 더 커지지 않았지만 하마 타면 큰일 날 뻔했다. 꼭 주의하길 바란다. 아무것도 모르고 오로지 한국 선수 경기 본다고 원정 경기를 가는 팬들이 이러한 실수를 많이 저지르는 것 같다.
2. 구글월렛 도착하자마자 다운로드하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을 구매하게 되면 티켓을 받는 경로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메일로 수령하는 경우, 하나는 구글 월렛을 통해 수령하는 경우다. 만약 메일로 티켓을 수령하게 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구글월렛으로 수령할 경우 한국에서는 바로 구글월렛 어플 다운로드가 되지 않는다. 단, 갤럭시만 해당된다. 아이폰 유저라면 넘어가도 좋다. 나는 갤럭시 유저라서 한국에서 구글월렛을 다운로드하지 못했고, 영국에서 구글 계정을 새로 가입해 해당 계정으로 플레이스토어에 로그인한 후 구글월렛 다운로드에 성공했다. 만약 아무런 사실도 모른 채 영국에서 입장 직전 어플 다운로드가 되지 않는 것을 발견하면 꽤 당황할 수 있다. 이 점은 미리 인지하고 당황하지 않길 바란다.
3. 런던패스 이용해 스타디움 투어하기
런던패스는 다양한 런던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는 패스권이다. 총 95곳이 넘는 관광지를 일일권 혹은 다일권 중 기호에 맞게 선택해 구매할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이 관광지에 아스날, 토트넘, 첼시, 웨스트햄, 웸블리 스타디움 투어가 포함된다.
만약 당신이 축구 여행을 떠나는 경우라면 이중 세 군데 이상은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신이 다수의 구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 런던패스가 축구 관광뿐 아니라 다른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도 비용적으로 큰 절약을 가능토록 해줄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하단 홈페이지를 참고하길 바라며, 런던패스는 국내 대행사들에서도 많이 판매를 하니 가격이 저렴한 곳에서 구매하길 추천한다.
4. 레일카드 기차 이용하기
영국은 레일카드라는 기차 할인권을 판매한다. 나이에 맞게 구매를 할 수 있는데, 레일카드가 있으면 모든 기차 예매 시 30% 할인이 적용된다.
물론 레일카드 발급 금액도 있지만 보통 이 가격이면 기차를 2~3번 이상만 이용해도 이득을 보기 시작한다. 장거리일수록, 금액이 비싸질수록 이득 금액이 높아지는 셈인데, 당신이 축구 여행을 떠난다면 런던과 맨체스터 사이 왕복 한 번쯤은 기차를 탈 일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레일카드를 발급받기를 추천한다.
레일카드 역시 대행사별 할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때 트립닷컴을 통해 반값에 구매했으니 꼭 알아보길 바란다.
5. 매치데이 책자, 머플러 구매 추천
구단 공식 머플러를 비롯한 용품도 물론 좋지만 당신이 직관하는 그 경기를 기념하고 싶다면 매치데이 머플러와 책자 구매를 추천한다. 매치데이 머플러는 경기장 근처에서 노점상인들이 직접 파는 머플러로 한쪽엔 홈팀, 한쪽엔 원정팀 문구가 새겨져 그날 경기를 기념하는 머플러다. 약 20파운드 정도 한다. 매치데이 머플러는 또한 당신이 원정 경기를 가는 경우에도 구매하고 가기 좋다. 홈팀 옷을 입을 수는 없으니, 그렇다고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채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매치데이 머플러 하나 정도 챙겨가면 느낌을 낼 수 있다.
비슷하게 매치데이 책자도 경기장에서 당일 판매한다. 해당 책자에는 경기 프리뷰를 비롯한 양 팀 소식 등을 담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그날만 판매하는 책자이기 때문에 당신의 여행을 기억에 남도록 할 수 있다.
6. 가방과 카메라 반입 금지인 경기장 많음
경기를 보러 가면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핸드폰이면 크게 문제가 없으나 간혹 카메라 반입 규정이 있는 경기장도 있다. DSLR, 미러리스, 액션캠 등 영상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가져갔는데 반입이 금지된다면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심지어 물품 보관 서비스도 경기장에서 대부분 운영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아가 가방 역시 제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통은 A4 사이즈 이상 가방 반입을 금지하는데, 경험상 종이백이나 비닐백 정도는 봐줬다. 하지만 책가방 등 아무것도 모른 채 짐을 챙겨갔다가 반입 금지당하면 그건 더욱 큰 일 날 수 있다. 그러니 반드시 해당 경기장 물품 반입 규정을 알아보고 가길 바란다.
7. 응원가 외워가기
전부는 힘들겠지만 응원하는 팀의 응원가를 일정 개수 이상 외워간다면 너무나도 인상 깊은 경기 관람이 될 수 있다. 경기장 안에서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응원가를 웅장하게 부르는 소리, 경험. 이는 말로는 형용하지 못할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런 순간을 직접 경험해 보려면 듣기만 하기보다는 직접 함께 부르는 것이 좋다. 여건이 된다면 많은 응원가를 외워가 팬들과 하나 됨을 느껴보길 바란다.
이번 장에서는 영국 축구 여행을 떠날 때 주의하거나 참고하면 좋을 팁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준비도 열심히 한 만큼 다양한 변수와 팁을 녹여내 더욱 편안하고 알찬 여행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