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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13. 직접 경험하고 추천하는 영국 축구 여행 준비물

by FG SYLEE

축구 여행이라고 유별나게 필요한 준비물은 없다.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만 잘 가지고 있다면 경기를 보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러나 축구 여행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준비물은 있다. 이 준비물들은 당신의 여행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고, 현지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장에서는 당신의 축구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준비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자.



★ 경기장 응원

경기 응원은 축구 여행의 꽃이다. 90분 동안 진행되는 경기장 안에서 펼치는 열띤 응원.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팀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나 돼 응원가를 부르는 독특한 경험. 그 기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면 다음의 준비물을 챙기길 바란다.


1) 해당 팀 유니폼

응원하는 팀 유니폼은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복장이다. 물론 복장에 정해진 규정은 없지만(원정팀 색만 제외한다면), 이왕이면 구단 유니폼 혹은 구단 엠블럼이 새겨진 의류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가격이 부담된다면 적어도 해당 팀의 상징색 의류를 착용하는 센스 정도는 갖추길 바란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응원할 때 붉은 계열의 옷을 입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지팬들은 당신이 입은 옷 색을 보고 아군임을 인지할 것이다.


2) 공식 머플러

입문하기 가장 좋은 아이템이다. 전 세계 어느 팀이든 공식 머플러 하나쯤은 판매한다. 보통 이런 머플러는 유니폼과 다르게 시즌을 타지 않는다. 유니폼을 입지 않더라도 구단 머플러 하나만 두르고 경기장에 들어가도 도 훨씬 열띤 응원을 펼칠 수 있다. 현지팬들과의 하나 됨도 보다 잘 느낄 수 있다. 나아가 머플러를 두르고 사진을 찍으면 사진도 훨씬 예쁘게 나올뿐더러 현장감도 배가 된다.


3) 국기

당신이 특정 선수 팬이라면 국기를 챙겨가는 것도 큰 추억이 될 수 있다. 특히 손흥민을 응원하러 가는 토트넘 팬분들이 태극기를 많이 챙겨가는데, 국기를 들고 경기장에서 선수를 응원하는 경험을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수 있다. 운이 좋아 국기에 선수의 사인을 받을 수 있다면 그 기억은 평생 갈 수 있다. 혹시 모를 상황, 더 기억에 남을 여행을 위해 여건이 된다면 국기를 챙겨가는 것도 좋다.


4. 액션캠

축구 준비물은 아니어도 카메라에 관한 언급을 하고 싶다. 구단마다 경기장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카메라 규정이 다르다. 어느 구단은 아예 반입이 안 되는 경우, 어느 구단은 사이즈를 측정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작은 크기의 액션캠 반입이 가능하다면 하나쯤 챙겨가는 것도 좋다.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을 수도 있지만, 수많은 팬들이 보는 경기장에서 핸드폰을 계속 손에 들고 영상을 찍고 있으면 핸드폰의 크기 때문에 뒤에 앉은 팬들이 시야에 방해를 입을 수 있다. 작은 액션캠 정도는 크게 시야에 방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현장감을 영상에 담고 싶다면 핸드폰 카메라보다는 액션캠을 추천한다. 인천국제공항만 해도 액션캠 대여점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격도 그렇게 부담되지 않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 팬서비스

단순히 경기 보는 것을 넘어 선수들을 직접 볼 기회가 있거나 훈련장 등을 찾아가 팬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경우라면 선수들의 눈에 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수들의 우선순위는 무조건 아이들 우선이다. 그냥 지나가려다가도 꼬마 아이가 서있으면 멈춰주는 것이 선수들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선수들의 눈에 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당연히 1) 유니폼과 구단 관련 용품을 가지고 있는 것은 거의 필수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만약 특정 선수의 팬서비스를 원한다면 2) 국기를 꼭 챙겨갔으면 좋겠다. 얼마 전 아스날 한국 공식 서포터스 클럽 회장님은 만나 뵌 적이 있었는데, 올해 단체 직관을 갔을 때 구단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훈련장에서 팬서비스를 하면 벌금을 물겠다는 지침을 내렸음에도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간 팬에게만 사인을 해주었다는 사연을 들었다. 그만큼 선수들은 본인 유니폼만큼이나 국기에도 마음이 약하다. 물론 국기를 가져간다고 무조건 팬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하베르츠가 독일 국기를 보고도 그냥 지나친 것처럼), 확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참고로 나는 풀럼 경기장에서 이 독일 국기의 힘을 받아 골키퍼 베른트 레노에게 싸인과 실착 글러브를 받았다.


당연히 사인을 받으려면 3) 마커도 챙겨가야 한다. 유니폼 색깔마다 필요한 마커 색깔이 다를 텐데, 기본적으로 검정 유니폼이 아닌 이상 검은색 마커를 챙겨가면 된다. 매직도, 두꺼운 네임펜도 좋지만 나는 스포츠팬들이 사인받을 때 좋다고 추천한 에딩팬 750을 사갔다. 이밖에 금색, 은색 네임펜도 챙겨가긴 했다.


뿐만 아니라 4) A4 용지와 클립보드도 챙겨갔다. 혹시 모르게 받을 수 있는 싸인 기회를 대비해 가져갔는데, 운이 좋게도 브렌트포드 경기장에서 원정팀 감독 펩 과르디올라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A4용지만이 아닌 클립보드를 챙겨가 사인을 해주는 사람 입장에서 받침이 있어 더욱 편하게 글씨를 쓸 수 있었다. 이런 센스 정도는 챙겨가길 바란다.


이를 유니폼에 대입해 보면 선수 입장에서 흐물거리는 유니폼보다는 빳빳한 받침이 든 유니폼을 선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5) 작은 박스를 챙겨가 유니폼 안에 넣어둔다면 선수들이 더욱 편리하게 사인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호에 따라 선수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기타 문구를 준비해갈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레노의 유니폼을 받고 싶어 관련 문구를 독일어로 적은 박스를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갔다. 필요에 따라, 열정에 따라 편하게 준비하길 바란다.



이밖에 축구와는 관련 없지만 내가 여행 내내 유용하게 사용했던 준비물들을 몇 개 소개하도록 하겠다. 여권, 유심, 컨텍리스 카드, 현금, 멀티 어뎁터, 보조배터리, 충전기 같은 당연한 준비물들은 제외하고 없어도 되지만 유용했던 준비물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1. 압축백

- 여행짐이 워낙 많았던 나는 짐의 양이나 무게만큼이나 준비물을 잘 구분해서 캐리어와 가방에 담아야 했다. 특히 패딩이랑 코트만 해도 어마어마한 부피를 차지하기에 17일 여행 짐을 싸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던 준비물이 압축백이다. 의류의 경우 압축을 통해 절반 이상 부피가 줄어들었고, 그만큼 수납공간과 압축백 간 분리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외관상으로도 깔끔한 정리가 가능하다. 강추한다.


2. USB-C타임 선

- 물론 여행지에 도착해 멀티 어뎁터를 꼽는 순간부터는 집에서 가져온 충전기로 얼마든지 충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달았을 때는 좌석에 USB 포트밖에 없어 충전에 애를 먹을 뻔했다. 다행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챙겨간 USB포트가 힘을 발휘해 요긴하게 사용했다.


3. 와이어 자물쇠

소매치기뿐 아니라 숙소에 짐을 보관하거나, 룸 서비스를 위해 직원이 호실 안에 들어오는 경우의 도난 방지를 위해 와이어 자물쇠를 준비해 갔다. 자물쇠를 잠그고 숙소 밖을 나가자 마음이 편안했다.


4. 문어발

아무리 멀티 어뎁터를 챙겨가도 구멍은 하나다. 이때 문어발을 먼저 연결하면 문어발 수만큼 콘센트 이용이 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 핸드폰 2개를 동시에 충전하거나, 이어폰, 보조배터리, 휴대용 전기포트 등을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럴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5. 공기계

유럽은 소매치기가 매우 흔한 나라다. 물론 스트랩 등을 통해 핸드폰 도난을 방지하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경우 공기계 위주로 지도를 찾고 사진을 찍었다. 물론 중요한 사진은 원래 폰으로 찍었다. 어차피 전화를 할 일도 없고 기껏해야 원래 폰과의 차이는 카메라 화질과 데이터 사용 가능 유무뿐이다. 데이터야 핫스팟을 킬 수도 있는 것이고, 지도는 미리 캡처를 해둘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공기계 위주로 들고 다니면서 소매치기에 대한 위험에서 조금은 여유로울 수 있었다.


6. 접이식 우산

유럽인들은 우산을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이해하긴 힘들다. 특히 영국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린다. 이럴 때 장우산을 들고 다닐 수는 없고, 조그마한 접이식 우산을 휴대하면 필요할 때 쓸 수 있다.


7. 캠핑용 접이식 방석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 비가 와 축축한 잔디나 벤치 등에서 간단히 펴 앉으며 바지가 젖거나 더러워지는 것을 보호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프림로즈힐 잔디와 타워브릿지 앞 돌벤치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다.


8. 휴대용 물티슈

물티슈는 언제 어디서든 꼭 필요한 준비물이다. 하지만 부피가 큰 물티슈를 들고 다닐 수는 없다. 나 같은 경우 KTX를 탈 때마다 가져왔던 휴대용 물티슈 10개 정도를 챙겨갔다.


9. 휴대용 커피포트

숙소에 커피포트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위생을 장담할 수 없다. 시중에 휴대용 접이식 커피포트가 많이 있는데,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정말 유용하게 사용 가능하다. 나도 커피포트를 통해 컵라면 물과 컵밥에 필요한 열기를 얻을 수 있었다.


10. 지퍼백 여러 장

나는 여행 중 발권한 티켓, 수령한 책자, 구매한 엽서, 결제 시 받은 영수증을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모두 추억으로 가져오고자 했는데, 이때 깔끔한 분류를 위해 지퍼백 여러 장을 가져갔다. 이뿐 아니라 지퍼백은 작은 기념품들 담는 데도 유용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유용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스트랩, 복대, 스마트폰 터치 장갑은 가져간 노력 대비 효용은 보지 못했다. 스트랩 역할은 공기계가 대신했고, 복대도 나밖에 한 사람이 없었다. 배도 무지 쪼였다. 그렇게 버티지 못할 추위는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장갑도 필요성이 없었다. 애초에 훈련장에서 오랜 시간 서 있을 때를 대비해 가져간 장갑이었는데, 일반 여행이라면 더더욱 필요 없을 것 같다. 이밖에 상비약 정도는 챙겨가는 게 좋겠다.


이번 장에서는 축구 여행에서 가져가면 좋을 준비물들에 대해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 단계부터 알차게 준비해 당신의 여행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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