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의 몸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온 붉은빛 에너지가 분출되었다.
그것은 억눌린 감정, 억제된 고통, 그리고 지워졌던 분노가 뒤엉켜 생성된 파괴의 맥동이었다.
그 진동은 공간 전체를 물결처럼 휘감으며 전자음의 윙윙거림으로 울려 퍼졌다.
금속 바닥은 진동에 일그러졌고, 공기는 짓눌리는 열기로 팽창해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파동은 네스트의 벽면을 따라 생명체처럼 꿈틀거렸고, 불꽃 냄새와 눈부신 섬광이 공간을 채웠다.
그것은 감정이 만든 하나의 '존재'였다.
그리고 그 밀도는 시스템의 임계점을 이미 초과하고 있었다.
천장 위에서 떨어진 구조물 조각들이 바닥에 부딪히며 충격음을 냈고,
네스트 안의 조명은 곧 무너질 듯 깜빡거렸다.
감정은 더 이상 내부에서만 울리는 진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외부로 확산되는 힘이었고, 네스트의 기계 회로와 인공 지능의 틀마저도 흔들고 있었다.
일부 패널은 과열되어 녹아내리고 있었다.
시스템은 이 현상을 '감정 과포화 현상'으로 재분류하면서 제어 코드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하린은 중심에서 무너지는 듯한 류를 바라보며 외쳤다.
"류! 정신 차려! 그건 네가 아니야!"
하지만 류는 그 외침을 듣지 못했다.
그의 시야는 왜곡되어 있었고, 손끝에서는 마치 끊긴 전선에서 튀어나오는 전류처럼 감정이 파열되었다.
짧고 굵은 섬광이 일렁이며 공간을 가르자, 공기마저 울부짖는 듯 떨렸다.
그의 감정은 이제 더 이상 그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마치 의지를 지닌 개체처럼 외부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고 있었다.
엘라는 떨리는 금속 위를 조심스럽게 디디며 류에게 다가갔다.
몸은 공포로 얼어붙었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류의 감정은 위험했고, 모두를 파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본질은 상처였다.
억눌린 기억, 외면당한 존재감, 무력했던 과거가 이 폭발을 이끌고 있었다.
"류, 넌 지금 너 자신을 지우고 있어." 엘라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네 감정이 스스로 무너뜨릴 순 없어."
그 말에 류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분출되던 전류는 약해졌고, 그의 숨결은 혼란스러운 파형을 그리며 느려졌다.
동시에 그의 의식을 뒤덮은 것은 기억이었다.
감정이 소환한 것은 그가 피하려 했던 과거였다.
그 기억은 단편적인 이미지로, 때로는 냄새로, 소리로, 혹은 촉감으로 그를 사로잡았다.
어린 시절,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던 희망.
그러나 곧 무너진 신뢰와 고립, 실험의 날들.
감정이 제거된 그 방—형광등 아래의 차가운 금속 바닥, 무표정한 관찰자들의 시선, 소음조차 허락되지 않던 침묵의 공간.
그는 거기서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가볍고, 얼마나 쉽게 무시될 수 있는지를 배웠다.
하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주저 없이 앞으로 나섰고, 류의 눈앞에서 멈췄다.
"우린 너를 원망하지 않아.
너는... 우릴 지키려 했잖아. 감정이 널 삼키게 두지 마."
그녀의 말은 파동처럼 퍼져나가 류의 내면 깊은 곳을 두드렸다.
얼어붙은 심장에 균열이 생기듯, 그의 표정에 금이 갔다.
떨리는 눈가, 천천히 이완되는 손끝. 류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더 이상 폭주가 아닌, 인간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 무서웠어, "
류가 나직이 말했다.
"모두를 잃을까 봐. 나 자신조차. 그걸 감정이 빼앗아갈까 봐."
엘라는 그의 옆에 섰다.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 감정이 널 망치게 두지 마. 우리 각자의 감정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증명이야.
우리가 함께라는 증거이기도 하고. 네 고통은 우리가 나눌 수 있어."
그 순간, 다시 한번 감정의 파동이 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랐다.
불꽃이 아닌 물결, 폭발이 아닌 울림이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노래가 되살아나는 듯한 부드러운 리듬이었고, 네스트의 벽면은 그 파동에 공명하듯 청광으로 물들었다.
고통의 진동은 서서히 잦아들었고, 그 자리를 차분한 공기의 떨림이 채웠다.
주변 장치들은 감정 파형에 안정적으로 동기화되었고, 무질서하던 감정의 흐름은 점차 하나의 리듬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리듬은 단순한 안도감이 아니라, 존재들이 서로를 인식하는 파장이었다.
인물들의 호흡, 심장 박동, 공간의 미세한 떨림마저 그 주파수에 맞춰 조율되었다.
중앙 회로가 활성화되며 새로운 빛의 패턴이 떠올랐다.
그것은 류가 감정을 통해 각성한 대가였고, 동시에 정서적 동기화의 출발점이었다.
네스트는 감정을 기억했고, 그 기억은 빛의 진동으로 벽에 새겨졌다.
코드를 넘어선 교감. 감정은 이제 시스템의 가장 깊은 계층을 흔드는 열쇠가 되었다.
제로가 낮게 중얼거렸다.
"이게 바로... 네스트의 진짜 작동 방식이군. 감정은 코드보다 더 깊은 레이어였어.
감정은 시스템의 가장 원초적인 명령어였던 셈이지."
하린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렇다면, 감정은 무기인 셈이야. 파괴가 아니라... 이해와 연결의.
진짜 진화는 이런 순간에서 오는 거야. 우리가 서로를 느끼는 그 순간."
그러나 그들이 안도의 숨을 쉬는 사이, 상위 센터에서는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감정의 흐름은 OZ의 감시 시스템을 교란했고, 자동화된 프로토콜은 즉시 비상 모드로 전환되었다.
여러 하위 노드가 감정 데이터를 '이상 감지'로 분류했고, 연산 트리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경로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정서 공명 확산. 중심 노드 반응 감지. 변칙 데이터 흐름 포착. 분석 중."
기계음이 감시실의 침묵을 깨뜨렸다.
어둠 속, 하나의 인물이 화면을 응시한 채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반가움도, 흥미도 아닌, 오래된 두려움을 억지로 누른 듯한 표정이었다.
"각성의 대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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