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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Dec 30. 2024

당첨의 맛

행운, 그 짜릿하고 행복한 기분! 2025 JTBC 서울마라톤

여러모로 끔찍했던 2024년이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막바지에 다양한 악재들로 국민을 괴롭히던 한 해였지만 '달리기'에 국한해서 보자면 내게는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열심히 훈련하고 대회 참가도 하고 싶은데 올해와 달리 내년은 대회 접수 경쟁이 치열해져서 접수에서부터 꽉 막혀버린 느낌이다. JTBC 고양 하프마라톤은 일도 못하고 접수 개시 시간을 기다렸건만 접속하고 나니 모두 매진되어 버렸고 나머지 몇몇 메이저급 대회도 속수무책으로 접수령을 넘지 못했다. 

그만큼 마라톤 인구가 늘어난 것이기도 하고 '선착순 인터넷 접수' 방식이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나처럼 선착순 접수에 막힌 사람들은 차라리 추첨제로 접수를 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했는지 내년 JTBC 서울 마라톤은 풀코스와 10km 대회의 얼리 접수를 추첨제로 하겠다고 공지를 했다. 

접수 당일 아무 일도 못하고 휴대폰만 쥐고 있다가 일도 못하고 접수도 못하게 된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3일간 느긋하게 추첨 접수를 해놓고 결과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카톡으로 메시지가 하나 왔다. 


당첨이었다. 이런 추첨에 응모한 적은 있어도 늘 결과는 낙첨이어서 별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너무 신기해서 당첨 안내 메시지를 여러 번 읽어보았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고 신기하고 행복해져서 누구라도 붙잡고 마구 자랑을 하고 싶어 진다. 나 당첨 됐다고!

내년 봄, 동아마라톤은 이미 접수되어 있으니 봄, 가을 메이저 대회는 확보된 것이다. 

두 대회 모두 한차례 뛰어 본 대회라 익숙하다. 둘 다 서울 시내를 달리는 것인데 말해 뭐 하랴. 

내년 가을 대회는 사실 춘천 마라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JTBC를 확보해 두었으니 춘천 접수를 시도해 보고 결과에 따라 택일해야겠다. 메이저 대회 사이사이에 소소한 지방 대회를 뛰어보는 즐거움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훈련의 한 방법으로 괜찮을 것 같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지방 대회는 메이저 대회와는 다른 정겨움이 있어서 좋다. 이번 달 초 영암에서 있었던 대회처럼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즐거운 달리기를 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가족 여행으로 지방 마라톤에 다니면 좋을 것 같다. 


당첨이라는 것을 한번 당해 보니 즐겁고 유쾌하다. 행운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경박하지 않고 포근하다. 

노력 없이 얻은 결과지만 공정하게 응모해서 행운이 내게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도박이나 주식 투자에서 성공한 것보다 왠지 당당한 느낌도 든다. 떨어졌어도 불쾌하거나 마음이 상했을 것 같지 않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어서 당첨된 사람을 축하해 주고 낙첨이라면 다른 기회를 찾아볼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온 당첨은 충분히 맛보았으니 다음 기회부터는 다른 사람들이 이 즐거움을 나눠갖기 바란다. 마라톤 접수는 이제 치열한 접속 전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추첨제로 자리 잡는 것이 좋겠다. 

낙첨된 사람들이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서 접속 실패나 어렵게 접속 후 '매진'되었다는 통보를 접할 때의 낭패감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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