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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Feb 04. 2020

청춘은 선물일까, 벌일까?

#. 헛소리를 끄적이는 중입니다. - 1편



언젠가 봤던 보랏빛 하늘.


 오랜만에 예전 회사 동료들을 만났다. 저마다 새로운 직장 이야기와 요즘 근황, 옛 추억을 한참 떠들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쩐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쓸쓸함이 밀려왔다.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이렇게 마음이 씁쓸해진다. 친구들과 맥주 한잔을 걸치며 깔깔대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쩐지 전보다 더 깊은 우울이 내 입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너무도 슬퍼 보인다.


 아마도 그건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그들의 모습과 별 볼 일 없는 내 모습이 비교되기 때문일 거다. 분명 같은 곳에 있던 우리였는데 지금은 저만치 앞으로 가버린 그들과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아니 오히려 뒤로 더 후퇴한 듯한 내 모습이 한심하고 초라해 보여서일 테지.


 나이가 들수록 내가 보잘것없는 인간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자꾸만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더 나아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게 된다. 예전보다 주름이 많아진 듯한 얼굴과 점점 떨어지는 체력, 꿈은 언감생심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나갈 뿐인 퍽퍽한 내 삶이 갈수록 재미없고 못나게 느껴진다. 반대로 다른 이들의 삶은 어찌나 빛나 보이는지. 좋은 직장에 취업했다는 친구부터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 벌써 돈과 명예를 다 얻은 듯한 이들까지. 분명 비슷한 또래인데 아직도 ‘초보’ 티를 벗지 못한 나와는 다르게 시속 150km로 쌩 하고 무지갯빛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그들을 보면 왠지 마음 한편이 아릿하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외로워져만 간다. 학교처럼 강제적으로(?) 서로 한데 모일 곳이 없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 그나마 친했던 친구들과도 점점 각자의 일에 바빠 연락이 뜸해지고, 겨우 틈을 내 만나더라도 서로 다른 환경에 살다 보니 공통된 관심사를 찾기가 어려워 말을 잇기가 힘이 든다. 게다가 달라져버린 가치관에 서로 실망하고 거리를 두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안 그래도 좁았던 인맥이 갈수록 좁아져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왠지 인생 헛 산 것 같은 기분이다.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안 좋은 것 투성이라면 왜 인간의 청춘은 이리도 짧은 것일까. 평생 이렇게 지난날을 후회하며 살게 할 거라면 한 80살까지 안 늙게 해 주던가. 온 것인지 간 것인지 모를 짧디 짧은 청춘을 주고 평생 아릿한 가슴을 안고 살아가게 하는 삶이 참 얄밉다. 이쯤 되면 청춘은 선물일까, 벌일까. 아직 다 가지 않은 청춘의 끝자락이 슬프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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