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험담보다 인생고민 나눔 어때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작가, 곽정은 님이 부자가 되는 사고방식에 대해 언급한 내용 중 하나이다. 무척 인상 깊고 공감되었던 지점은 내가 새로운 시도,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가로막는 큰 적은 사실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 만나서 험담, 또는 주말에 본 예능 리뷰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의 배움이나 인생의 고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을 곁에 두라는 것이다. 배움과 인생의 고민을 나눌 사람들이라...
이 말을 듣고 눈앞에 선명히 그려지는 얼굴이 있었다. 첫째는 당연하게도 나의 남편이었고 그다음으로 이 친구가 떠올랐다.
정말이지 안 되는 시기가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노잼 시기를 겪고 있었고 열등감이 나를 갉아먹고 있을 때였다. 작사가가 되겠다며 3년간 시간과 돈을 쏟아부었던 그 시기이기도 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올인해볼 용기는 없었기에 출근 전과 퇴근 후의 나를 갈아 넣는 피곤한 삶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부지런할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던 때였다.
사실 3년이나 갈 줄은 몰랐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건강이 안 좋아진 것은 당연했고 달고 살았던 식도염, 위염보다 힘들었던 것은 '가능성이 없는 것에 절실하게 매달리고 있는 나'를 느낄 때였다.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할지 기약 없는 목표를 위해서 달려야 하는 일상이 즐거울 리 없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찾아왔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와 대화를 했다. 그러면 이상하게 조금 더 가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
그녀는 내 친구이자 직장동료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붙어 있었다. 특히 점심시간 때면 함께 회사 주변을 산책했는데... 그녀는 밤새 무너져 내린 나의 자존감과 도전에 대한 용기,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곤 했다. "너는 정말 잘하고 있어. 분명 잘될 수 있는 재능이 있어." 나조차 의심하는 나를 믿어주었다. 저런 말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전혀 빈말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아는 그녀는 늘 깊이 있게 고민하고 신중히 말을 내뱉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책 따위의 인상 깊은 부분을 인용하며 말하는 것에 능숙한 그녀와의 대화는 듣는 맛이 있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 역시 더 많은 콘텐츠를 습득하고자 욕심나게 만들었다. 내 머리를 띵하게 만들 정도의 인사이트는 꼭 그녀에게도 공유하고 싶었고 감동의 순간도 나누고 싶어 어쩔 줄 몰랐다.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땐, 너무 이상한가? 별로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은 집어치우고 지체 없이 던져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그녀와 '대화의 희열'을 나누었고 그 시간들로 하여금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그토록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이 많았던 시기에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녀의 덕이겠지. 더 나아갈 수 있는 태도를 준 것 역시 그녀와의 대화였고. 나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요즘은 특히, 그녀와 수다 떨던 그 시간들이 그립다.
뭐, 이건 누군가의 탓을 할 수 없다. 나 역시 그 험담에 일조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회사의 부당함에 화가 나고 속이 상할 때는 마치 그것만이 살길처럼 느껴진다. 내가 느낀 부당함과 화를 털어놓으면 그것에 동조해주는 동료들.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중요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나간 후에는? 허무함만 남는다. 그리고 그 뒤는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들이 따라온다.
최근 그러한 험담이 피로하게 느껴졌다. 대부분이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고 회사에서는 우리가 문제 삼는 것들에 대해 개선해주지 않는다. 모르지 않는다. 몇 년 동안 함께 경험했고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저 습관적으로 험담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최근 그녀와 나누었던 건강한 대화들이 생각났다. 그녀가 나에게 알려준 '대화의 맛'을 나도 누군가에게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또 부정적인 순간을 함께 했던 사람보다는 더 나은 길로 함께 걸어간 사람으로 기억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