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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i Feb 20. 2019

서른 다섯, 갑상선암 투병기 #2

첫 진료

건강검진센터에서 초음파 CD를 받아 들고 삼성병원으로 가는 길. 마음속으로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나의 일은 아닐 거라고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봄이 시작되는 시간,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였고, 암일지도 모른다는 내 마음속 불안함이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내분비 "내과"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건강검진센터에서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모양과 위치가 좋지 않다"는 것이 요지였는데, 초음파상 석회화된 것을 보면 암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암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치가 좋지 않아서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어떻게 진료실 밖으로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단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이라는 단어를 꺼내는데 울컥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왜 나는 한번도 내가 "암"환자가 되어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걸까?


마음을 진정시켰다. 의사 선생님은 "암일 것 같다"라고 했지, "암"이라고 하지 않았고, 아직 나에겐 희망이 있었다. 나도 로펌에 있을 때 의뢰인에게 절대 밝은 미래를 약속하지 않았다. 아무리 승소 가능성이 높은 재판이어도 혹시나 패소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기에 '이길 것 같다'는 표현조차 쓰지 않지 않았던가. 의사 선생님도 나에게 가장 최악의 상황을 알려주는 거라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여보았다.


초음파와 조직검사일정을 잡았다. 갑상선 결절의 경우 초음파로 관찰하면서 마취 없이 긴 바늘을 결절에 찔러 조직검사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찾아온 인터넷 폭풍 검색의 시간. 내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병원에서 초음파상 암일 것 같다고 했는데, 조직검사상 양성으로 나왔어요"라는 글은 슬프게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것이라면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유두암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 암"이지만, 아주 드물게 발생하지만 일부의 갑상선암은 대부분이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종류의 암(역형성 암)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에 쉬이 잠들지 못했다.

어느새 제발 암이 아니게 해달라고 했던 기도는 차라리 유두암이게 해 달라는 기도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그 나쁜 암이라고 불리는 역형성 암이라고 하더라도 6개월의 시간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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