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안이다. 내 눈길이 자꾸 가는 곳이 있다. 앞쪽 좌측 끝에 앉은 젊은 남녀이다. 전철역 한 개역을 지나는 동안 여러 번 힐끗힐끗 보게 된다. 다정하게 앉아서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내 눈을 끌어당긴다.
딱 보기에도 선남선녀, 선녀선남이다. 남자는 선하고 차분해 보인다. 여자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수줍음이 묻어 있는 미소를 연신 지으며 무슨 말인지 남자에게 계속 속삭인다. 남자는 그녀를 직접 쳐다보지는 않지만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엷은 미소로 반응하고 있다.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내 눈에 계속 띄어 이렇게 쓰게 만들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랑에 빠져 있음이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내게도 전해 온다.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졌다. 사랑... 생각만 해도, 말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몸이 반응한다. 사랑... 세대·시대를 뛰어넘는 가장 아름다원 말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랑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혼 속으로 골인하는 듯하다.
전철은 한강 위를 달리고 있다. 한강 풍경을 보면서 그 커플을 힐긋 다시 쳐다본다. 두 사람의 분위기는 여전히 좋다. 얼굴빛과 입가의 미소, 이야기하는 상황을 봤을 때 여성이 사랑에 더 깊이 빠져 있는 듯하다. 지극히 내 생각이다. 두 사람의 눈빛과 미소와 분위기를 보고 있는 내 얼굴에도 여운이 전해지는 듯하다.
나는 다음역에서 내려야 한다. 커플은 두 손을 잡고 있다. 엷은 미소를 머금은 두 사람의 빛이 장마철 전철 안을 봄날처럼 화창하게 만들고 있다. 두 분 오늘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길 바라며. 나는 전철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