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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온 Jan 10. 2022

불면일기(不眠日記)

21.12.29/22.01.10 아홉번째

21.12.29

1. 요즘 읽고 있는 , 올해 가장 좋았던 . <시와 산책>


그 중에서도 오늘 읽다가 좋았던 부분

내가 저기로 건너갈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올해를 정리해보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 일은 아마 두 가지 일로 나뉠 것이다. 올해 본 것과 읽은 것 정리하기. 그리고 올해 쓴 일기장 읽어보기.


올해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어, 라고 친구들과 자주 이야기했다. 하지만 올해에 난 미지의 영역에 건너갔다가 돌아온 느낌이다.


‘어떤 일을 겪고서 아무 일도 없는 듯 살 수는 없어,’


자꾸 되뇌이게 된다. 올해 난 무슨 일들을 겪었지?



2. 나를 붙드는 것들


친구들과 서로의 mbti유형 퀴즈를 맞추는 테스트를 했었는데, 내가 조금 놀란 점.


응답해준 세 명의 친구들 모두 이 문항에 나와 같은 답을 해준 것. 평소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먼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 아니라서 친구들이 이렇게 응답해준 것이 의외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정작 스스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이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깨달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친구들은 나의 어디서 저런 답을 체크하게 만드는 부분을 엿본 것일까.


어느 날, 불현듯 어느 낯선 세상에 건너갔다 온 것 마냥 나를 이 세상에 붙들고 있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없다는 말보단 ‘생각보다’ 없구나, 라고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이후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자신을 자각하고 있다. 그렇게 마냥 천진난만하고 긍정적이던 나와는 조금 거리를 벌려가기 시작했다.


아마 이렇게 거리를 벌리게 된 일이 올해 겪은 일 중 나를 변하게 만든 큰 일이 아니었을까?



22.01.10


2-2. 나를 붙드는 것들2


가족이 아니라면 세상을 열심히 살아나가야 할 원동력이 없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졸린 내게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말해주며 불을 꺼주는 동생과 잠에 취해 밥을 거르겠다는 나의 안경을 벗겨주곤 다시 나가주는 엄마, 나는 방에서 자고 있냐고 물어보는 아빠의 목소리를 베개삼아 잠에 들었던 어떤 날은 여전히 그러한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하다.


작년  올해 , 운이 좋게도 좋은 영화와 책을 보고 읽고 있다. <안토니아스 라인>을 보며 안토니아와 다니엘, 그리고 그들의 식탁에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누군가를 기꺼이 나의 혹은 우리의 식탁에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시와 산책>을 읽으며 일상을 나의 장시에 한 행을 늘려가며 전보다 조금은 더 아름답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1년을 마무리했다.


올해의 시작은 <태풍이 지나가고>와 함께 열었다. 어른이된다는 건 대체 뭘까.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것? 자기파괴적인 일을 알면서도 행할 수 있는 것? 여전히 결론은 안나고, 어쩐지 어른의 삶은 예전 동경했던 것처럼 멋지지 않고 멋진 어른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끼기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그냥 엉망진창처럼 보여도 꿈을 계속 꾸고, 잃는 사람이 되지 않는 걸 목표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멋진 어른이 되어가는 것보다는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괜찮은 어른이 될 것이라 믿기로 했다.

방금은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사랑과 작별하지 않는 것. 이 둘로 인해 삶은 계속 살아가게 되는 게 아닐까 얕게 생각한다.



*

올해가 지나도 외부 환경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아직까지 나이를 소개할 일을 생각만 해도 어색하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큰 일기장에 맞추어 조금 더 길게 일기를 쓰는 일에 익숙해지고, 미루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고 작은 성취에 기뻐하는 마음을 더 많이 누려야지. 그렇게 내 곁의 좋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그들의 미소를 보며 잘 살아가고 있구나 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줘야지.


**


오늘의 선곡

Cigarerttes After Sex - K/Apocaly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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