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2주 자가격리와 독박 육아
세상이 무지개 꽃밭인 줄 알고 태어난 너에게 세상이 사실은 어마 무시한 바이러스로 뒤덮여있다고, 마치 영화 속 아포클립스와 같은 이 세상에 널 낳았다고 말하기가 두렵다.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몇 가지 없다. 베란다를 통해 나무를 보여주는 일, 햇살 따뜻하고 바람 좋은 날에 비눗방울을 불어주는 일, 그저 사랑한다고 한 번 더 꼬옥 안아주는 일뿐.
잠잠이가 밤잠/낮잠 자는 시간에 나도 자기
식사는 가족이 다 같은 시간에 (남편도 방에서)
아침과 점심 메뉴는 가족이 최대한 통일하기
잠잠이 저녁 이유식은 시판으로 대체 가능
가족과 화상통화 자주 하기
다른 건 그냥저냥 할만한데... 설거지가 너무 힘들다. 허리 아프고 손목이 아프거나 그런 게 아니라. 잠잠이가 옆에서 칭얼거리고 울어서. 설거지하는 내내 20분씩 칭얼거리면 그 시간이 가끔은 지옥같이 느껴진다. 설거지를 내일로 미룰 수도 없고 (싫고). 보통 저녁 먹고 난 후에 설거지를 하는데 그 시각에 잠잠이 유튜브 또 틀어주기도 싫고. 잠잠이는 잠깐 혼자 놀다가도 엄마가 옆에 없고 설거지하니까 플레이팬 잡고 꺼이꺼이 운다. 잠잠이한테도 미안하고. 나도 너무 힘든 시간. - 남편의 자가격리 중 쓴 일기 중
남편과 한 집에 살면서도 화상통화로 얼굴을 마주 본다. 한 번은 남편이 페이스톡을 걸었길래 전화를 받으면서 물었다. "Where are you at?" 어디긴 어디겠어, 안방이지. 농담하고서 둘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앞으로 같이 살 140년 중에 고작 14일이니까 잘 버텨보자고 했다. - 남편의 자가격리 중 쓴 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