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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Jan 24. 2021

둘째 아이, 풀지 않은 숙제와도 같은 것.

워킹맘에게 둘째란?

엄마의 부재중 전화가 5통이나 기록되어 있었다.

언니와의 긴 통화 끝에 마주한 뜨거운 화면에는 엄마의 부재중 전화 5 통이었다. 콜백을 걸자 엄마는 가뿐 숨을 내쉬며 매우 기쁜 목소리로 축하를 건넸다. 엄마가 막둥이 둘째였던 나를 가졌을 때도 나처럼 기뻤다며, 정말 축하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날 저녁 엄마,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망고와 딸기 그리고 아보카도를 한가득 사 가지고 오셨다. 다 제철과일이 아니라 백화점을 뒤져 가장 좋은 과일로만 골라오셨다고 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나를 보며 엄마, 아빠는 한참 동안 나를 가졌을 때 어땠으며 나를 키우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셨다. 엄마, 아빠는 이제 본인들 인생에 마지막 아이라며 이 아이를 보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일찍이 연년생을 낳은 언니를 따라 나는 오랫동안 외동을 키워왔다.


남편과 나 둘 다 어렸을 적부터 당연히 네 가족이 이상적인 가족 구성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결혼을 하니 출산과 육아의 장애물이 너무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일찍 결혼한 나는 남편과 꿀 같은 신혼생활을 즐기고 싶었고, 우리에게는 2년 반이라는 신혼 끝에

꼭 아이가 없어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첫째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신혼을 끝내고 낳은 첫째 아이와의 삶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놓지는 않았다. 아이를 낳으면 바로 식을 줄만 알았던 부부 사이도 신혼만큼은 아니지만, 아이 얘기로 더 단단해져 갔고 끝길 줄만 알았던 커리어도 지킬 수 있었다. 아이를 낳고 백일이 될 때에는 양가의 도움을 받아 둘이서 이태리 장기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아이가 세돌이 되던 여름에는 양가에 돌아가며 아이를 맡기로 스페인을 다녀오기도 했다. 주말이면 학회나 스터디를 하기 위해 서로의 시간을 피해 잡고 한 명은 육아를 했고, 서로의 학회나 스터디가 끝날 즈음에는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이렇게 아이 한 명이 플러스된 우리 부부의 삶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이로 인해 더 풍성해졌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아이가 하나 일 때랑 둘 일 때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것을. 주말에 잠시 아이를 맡기고 싶어도 아이가 둘 일 때는 한 명만 맡기도 나머지 한 명은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것부터 주말이면 아이 두 명의

스케줄에 맞춰 부부가 한 명씩 담당하여 매니저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까지 지금까지는 부부가 함께 해왔던 모든 일들을 따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둘째 계획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둘 다 아직 풀지 않은 숙제가 남아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느 한 명도 이를 빨리 풀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둘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피할  있음 핑계로라도 피하고 싶었던 둘째라는 숙제를 우리는 마감시간 5 전에 발견하고 말았다.

너무나 어려워서 결코 풀지 못한다는 그 숙제를 더 이상은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서 마주하고 만 것이다. 주변에서는 ‘유레카!’를 외치며 축하해주지만, 그 문제를 직접 풀어야 하는 우리 둘은 결코 기쁘지만은 않았다. 앞으로 이 문제를 시간 안에 잘 풀기 위해 어떠한 접근을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야 했다. 그 중압감은 첫 문제를 마주할 때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글 

나무늘보(스타트업에 종사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첫째를 출산하고 100일 만에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5년이 지난 지금, 둘째를 가졌습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워킹맘으로서 둘째를 임신한 임산부로서 또 다른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혹은 미래의 엄마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자 글을 씁니다.

1. 둘째를 임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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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둘째 아이, 풀지 않은 숙제와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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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비맘 모임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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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금, 제 인생 조정이 온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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