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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머무는 동화 1
08화
내가 너무 좋아!
달콤시리즈 139
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7. 2022
내가 너무 좋아!
“내가 제일 잘 나가!”
영자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드라마 주인공처럼 놀았다.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인간이 가진 본성에 충실한 것도 드라마 주인공 같았다.
영자는 엄마 드레스를 장롱에서 꺼내 입고 거실로 나와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가진 자의 여유!
내가 제일 잘 나가!”
영자가 부르는 노래 가사는 가끔 듣는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고 영자가 엄마 드레스를 입고 노는 흔적들은 하나둘 지워졌다.
“우리 아빠는 백수!
동화만 쓰는 백수!
수입 지출을 증명하지 못해 정부에서 주는 코로나 지원금도 못 받는 백수!”
책을 읽다가 아빠가 노래한 가사를 영자는 다시 음미하며 불렀다.
“백수! 실업자!
그렇지만 동화를 쓰며 허세 떠는 실업자!
그게 바로 우리 아빠!”
영자는 아빠가 비록 백수이고 실업자여도 좋았다.
“아빠!
혹시 죽어서 이 나라를 먹여 살릴 수도 있잖아!”
영자는 아빠가 쓰는 동화가 언젠가는 대박 날 수도 있다며 아빠를 위로했다.
“죽어서 대박 나면 무슨 소용이야!
딸도 보지 못할 텐데!”
아빠는 딸이 말하는 게 싫지는 않았다.
현실을 끊임없이 사고하는 아빠의 욕망은 점점 당황하고 황당해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제일 못 나가!”
영자는 아빠 모직 롱 코트를 입고 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리듬과 멜로디로 노래에 의미를 담아 불렀다.
어린이들에게
큰 감동과 교훈을 선물하겠다는 아빠의 허세는
오늘도 진행형이었다.
“가진 자의 여유! 나는 항상 아빠를 존경해!”
영자는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감각적 재능이 있었다.
“돈만 집착하는 우리 엄마!
동화만 쓰는 백수 아빠!
세상에 모든 것을 다 가진 나!
내가 제일 잘 나가!”
영자는 노래를 부르다 가끔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 멈췄다.
착하게 살라는
전통의 질서를 음미하며 가슴 깊이 꿈틀거리는 욕망도 내려놨다.
“착하게! 착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제일 잘 나가!”
영자 노래는 리듬을 타며 거실에 있는 모든 것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하하하!
당장!
당장!
살 한 근을 베어라.
아니!
살만 베어야 한다.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
영자는 <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포오셔 판사처럼 말을 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소파에 누워있는 곰돌이 인형을 노려봤다.
“하하하!
어서
! 어서!
살 한 근을 베어라!”
영자의 말을 듣고도
거실에서는 누구도 인간의 욕망과 본성의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코로나 19>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봉쇄가 최고야!
나처럼 이렇게 집에서 노는 게 최고야!
하하하!
내가 제일 행복해!”
영자는 엄마 아빠 옷을
번갈아 입어가며 신나게 놀았다.
그림 나오미 G
“용기와 사랑!
이것만 가슴에 가득하면 내가 최고야!”
영자는 어둠이 내리고 엄마 아빠가 돌아올 시간이 되자 거실에 벗어 둔 옷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내가 제일 잘 나가!
문명과 이념이 대립해도 나는 정말 잘 나가!”
영자는 오늘도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영자야!”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딸을 불렀다.
“엄마!”
영자는 지성과 친절함을 가득 담아 엄마를 부르며 가서 안겼다.
“뭐하고 놀았어?”
엄마가 딸에게 물었다.
“보다시피!
내가 제일 잘 나가!”
놀이하며 신나게 놀았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그랬구나!
우리 딸이 세상에서 최고로 멋지다니까!”
엄마는 밝게 놀며 끊임없이 사고하는 딸이 예뻤다.
“엄마!
아빠가 백수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요.”
“왜?”
“아빠는 백수지만 매일 동화를 열심히 쓰고 있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아직 동화가 돈을 벌어다주지 못하니까 백수나 마찬가지지!”
엄마는 생활비나 아파트 관리비를 낼 때는 아빠가 얄밉고 화가 났다.
“엄마!
그래도 셰익스피어나 고흐처럼
죽어서 자기 나라를 먹여 살리듯 아빠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지도 모르잖아요.”
딸은 동화를 쓰는 아빠도 최선을 다해 하루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는 하지!
아빠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알아!”
엄마도 아빠가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지 않지만 동화는 열심히 쓰고 있다고 믿었다.
“엄마!
내가 제일 잘 나가! 하고 큰 소리로 노래 불러보세요.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막 솟아나요.”
딸은 엄마가 기운 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내가 젱(제일) 잘났어!”
엄마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내가 제일 잘 나가! 하고 다시 해봐!”
딸은 엄마를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엄마가 이번에는 틀리지 않고 말했다.
“더 크게!”
“내가 제일 잘 나가!
내가 제일 잘 나가!”
엄마는 웃으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잘 나가!”
영자가 엄마를 보고 말했다.
“좋아! 좋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
엄마도 기분이 좋은 지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딸은 어쩜 이렇게 행복할까!”
엄마는 딸을 꼭 안아주었다.
“엄마!
아빠가 많이 힘들겠지?”
딸의 말을 듣고
“그럼!
아빠가 말은 안 해도 많이 힘들 거야.
딸 학비도 내야 하고 또 엄마에게 생활비도 줘야 하는 데
아무것도 못하니
아빠 마음이 많이 아플 거야.”
엄마는 아빠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
“엄마!
오늘 저녁에는 삼계탕 먹고 싶어요.”
“그럴까!”
“아빠가 힘없어 보이니까 삼계탕 끓여주세요.”
“딸이 아빠만 생각하는 것 같구나!”
엄마는 웃으면서 딸을 보고 말했다.
“맞아! 맞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
부엌으로 가는 엄마를 뒤로 하고 영자는 노래 부르며 방으로 들어왔다.
“아빠!
몇 시에 들어오세요?”
영자는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않은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갈 거야!”
아빠는 딸 목소리를 들으니 축 처진 어깨에 힘이 솟았다.
“집에 들어가야지!”
아빠는 걷던 길을 뒤로하고 다시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우리 아빠가 제일 잘 나가!”
걷다가 하늘을 봤는데 딸이 부르던 노래가 생각났다.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빅토르 위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류를 구한 멋진 사람들이지!”
아빠는 집으로 오는 길에 여러 작가들이 가진 독보적 콘텐츠를 생각했다.
“세계 강국이 되는 길은 오로지 최고의 콘텐츠를 가져야 한다.”
아빠는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네덜란드와 독일, 미국과 일본이
세계 최고가 되고 강국이 된 이유를 최고의 콘텐츠를 가진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아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빠를 보고 딸이 달려왔다.
“잘 놀았어?”
"네!
아빠는 어디까지 갔다 왔어?”
“음!
우리 딸이 전화 한 곳까지 갔다 왔지!”
“전화 한 곳이 어딜까?”
“동화 속 나라였지!”
“역시!
아빠는 동화 생각뿐이라니까!”
딸은 아빠가 동화 속으로 여행하는 것이 부러웠다.
자신은
아무리 끊임없이 사고해도 한 페이지 일기 쓰는 것도 힘들었다.
“아빠!
오늘 저녁은 삼계탕 먹을 거예요.”
“삼계탕 좋지!”
아빠는 늙어가면서 가끔 먹는 삼계탕이 좋았다.
“손 씻고 올게!”
아빠는 부엌을 뚫고 나온 삼계탕 향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엄마!
아빠 오셨어요.”
“그래!
빨리 준비해야겠구나
.”
엄마는 마늘을 까면서 말했다.
“영자가 삼계탕 끓이라고 했어요.”
“그래!
고맙다 딸!”
“네.”
영자는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삼계탕을 가족이 모여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셰익스피어랑 빅토르 위고는 죽어서 잘 나가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빈센트 반 고흐도 죽어서 잘 나가지만
나는 나는 살아서 잘 나갈 거야!”
영자 방에서 들리는 노래를 듣던 엄마는 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뭐가 될까!”
아빠도 웃으며 한 마디 했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우리 아빠 백수여도 동화 쓰고 있으니
저작권은 내 거야!”
딸 노래를 들은 아빠는 어이가 없었다.
“하하하하!”
아직 받지도 않는 저작권을 탐하는 딸이 엄마는 너무 웃겼다.
“내가 제일 잘 나가!
나는 살아서 잘 나가!
아빠 덕에!
내가 제일 잘 나가!”
영자는 방에서 거울을 보면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누가 봐도 영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가 제일 잘 나가!
내가 제일 잘 나가!
내가 내가 누구지!
영자! 영자! 영자야!
영자가 제일 잘 나가!”
<코로나 19> 대 유행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영자는 집에서 이렇게 신나게 놀며 지냈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지금 거울 앞으로 가서 영자처럼 한 번 큰 소리로 외쳐보세요.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지고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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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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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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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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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잔소리 약일까? 독일까?
저자
마음은 소년! 어린이와 어른을 위해 아름다운 동화를 쓰겠습니다. eeavis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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