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짙을수록!

달콤시리즈 155

by 동화작가 김동석

그림자가 짙을수록!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에게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빛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일이다.

소녀는

나무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빛을 찾아 나무를 새롭게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숲 속에 보석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보석이야!”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비치는 빛은 정말 보석보다도 더 빛났다.

무성해진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 때 고요한 숲 속은 생명을 잉태하기 시작한다.

아침 이슬을 한 모금 먹은 나뭇잎들은

저마다 기지개를 켜며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붙잡으려고 아우성쳤다.

수많은 잎과 가지들이

빛을 차단하고 모두 차지하려고 하지만

빛은 미세한 공간만 있어도 어린 식물들을 향해 빛을 비춰줬다.

어쩌면 가장 공평한 빛의 향연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빛의 향연에 숲 속은 적막감이 흐를 뿐이다.


“난 빛을 잡을 수가 없어요!”

“좀 더 어깨를 길게 늘어뜨리고 잡도록 해봐.”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 밑으로

어린나무 한 그루가 길게 가지를 뻗고 햇살을 잡으려고 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잡을 것 같은 햇살은 금방 사라졌다.


“어림없지!”

욕심이 많은 아카시아 나무는 어린나무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햇살을 막았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고 하다니!”

햇살은 눈을 크게 뜨고 아카시아 나무를 쳐다봤다.

하지만

아카시아 나무는 햇살의 눈을 피하더니 더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아!”

햇살은 아카시아 꽃 사이로 어린 나무에게 다가갔다.


“햇살이다!”

어린나무는 햇살을 붙잡은 순간 너무 행복했다.


“엄마!

내게도 햇살이 왔어요.”

하고 어린나무가 말하자


“햇살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거란다.

물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니 꼭 붙잡고 있어야 한다.”

하고 엄마나무가 말했어요.


“알았어요!”

어린나무는 햇살을 먹고 자란다.

커다란 나무들이 햇살을 다 차지해서 걱정이지만

어떻게든

햇살을 붙잡으려고 노력한다.

햇살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 나오미 G



“엄마!

세상에서 햇살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린나무는 엄마나무처럼 어른이 되는 데 햇살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빛이 없으면 우리가 살아갈 수 없단다.

엄마가 너를 볼 수도 없단다.”

엄마나무는 어린나무에게 빛의 소중함을 알려주었다.


“왜 볼 수 없어요?”


“어두우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


“그때는

잠을 자면 되잖아요.”


“그래도

어둠 속에서 엄마는 널 보고 싶단다.”


“달이 뜨면 되잖아요?”


“달도

한 달에 몇 번 뜨지 않아.”

엄마나무는 어린나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햇살이 없으면

나무도 살아갈 수 없고 숲도 사라지게 된다.


“그래도 커다란 나무들이 양심은 있단다.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렴!”

엄마나무는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빛을 가리키며 말했다.


“양심이요?”


“모든 햇살을 붙잡거나 막지 않고

나뭇가지 사이로 조금씩 어린 나무들이 붙잡을 수 있도록 해주잖니!”


“맞아요!

그래서 내가 햇살을 잡을 수 있었어요.”


“물론

나쁜 큰 나무들도 있단다.

하지만

큰 나무들이 욕심을 부리면 죽이려고 하는 넝쿨 식물들도 많단다.”


“넝쿨식물이 큰 나무도 죽일 수 있어요?”


“그럼!

칡 같은 넝쿨 식물은 큰 나무도 죽일 수 있단다.”


“와!

무섭다.”


“정말이야!”

숲 속은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곳의 규칙 같은 것이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건들지 않는다면

자연이 만들어 가는 먹이사슬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과정의 연속일 수 있다.


“엄마!

앞으로 더 많은 햇살을 붙잡고 튼튼하게 자랄게요.”


“그래.”

어린나무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봤다.

정말 큰 나뭇가지 사이로 아름다운 하늘빛이 보였다.


“퍼즐 같아요!

천사 얼굴도 있고 숲 속의 요정도 보여요.”

어린나무는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빛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며 말했다.


“잘 보면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자세히 보렴.

나뭇가지가 만들어 주는 퍼즐 사이로 무엇이 보이는지.”

어린나무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나뭇가지가 만들어 놓은 조각 퍼즐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을 잡고

노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잘 크겠구나!”

어린나무를 쳐다보던 엄마나무는 기분이 좋았다.


“나도

더 멋진 조각 퍼즐을 만들어 볼까!”

엄마나무는 말없이 가지를 길게 뻗었다.

큰 가지와 작은 가지들을 가지고 다양한 퍼즐 조각을 만들었다.

그리고

잎들을 가지고 더 짙고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 갔다.


“고마워요!”

주변의 어린나무들이 햇살을 붙잡으면서 큰 나무들에게 인사를 했다.


“튼튼하게 자라 거라!”


“네.”

사람들은 숲과 나무를 보러 산에 갔다.

하지만

나무와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것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형태는 보지 못한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숲에 가면 나무 사이사이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만들어 놓은 아름답고 다양한 퍼즐 조각 속에서

빛나는 빛을 찾아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빛은 아름다웠다!"

숲에서 보는 빛은 더 아름다웠다.

소녀가 숲으로 달려오는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된 나무들도 더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참나무야!

허리를 좀 구부려야겠어.”

하고 소나무가 말하자


“왜?”

하고 참나무가 물었다.


“나뭇가지 사이를

좀 더 막으면 어두운 그림자가 생길 것 같아.”

소나무는 키가 큰 참나무에게 말했다.


전부가

아닌 것을 함부로 말하지 말자!

때로는

부분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온 뒤 곧바로 숲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마법을 부리는 것 같은데!”

소녀는 그동안 보지 못한 나뭇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봤다.

소나무 가지와 참나무 가지가

조금씩 움직이면서 살짝살짝 보여주는 빛이 아름다웠다.


“저걸 찍어야지!”

소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것은 곧

찰나의 순간이었다.

누구도 볼 수 없는

오직!

소녀만 볼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오늘도 멋진 순간을 찍은 것 같군!”

소녀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숲 속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빛이 사라지기 전에 더 많은 사진을 찍었다.


“이게 바로 코모레비(KOMOREBI)!”

소녀는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서 소곤거렸다.


“이제 집에 가야지.”

소녀는 숲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어둠은 빨리 온다는 것도 알았다.


소녀는 내일 또 숲으로 달려올 것이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듯 숲 속의 오늘과 내일도 달랐다.


소녀는 매일 오는 숲이지만

숲에서 보는 나뭇가지 사이의 빛과 조각들이

매일매일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오늘 본 숲과 나무들이 내일은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카메라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심심하다!”

어린나무가 엄마를 보고 말했다.


“내일 또 올 거야!

그러니

아직 곁에 있는 햇살을 더 많이 붙잡도록 노력하렴.”

엄마나무는 소녀가 숲에 매일매일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린나무에게 내일까지 더 많은 햇살을 붙잡고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겠어요!”

어린나무는 다시 주변에 있는 햇살을 붙잡으려고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와! 신난다.”

어린나무는 옆에 있는 어린나무들과 신나게 오후를 즐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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