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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Oct 27. 2024

주름은 길이다!/권수자 작가

 착각에 빠진 동화 431

주름은 길이다!





주름은 선이다!

선의 흐름은 골짜기를 만들고 경계를 만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전체와 부분의 형태를 만들며 생성과 소멸의 직선으로 굵게 자리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주름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주름은 삶의 전부이고 차갑고 따뜻한 온정의 결과물이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한 가닥 주름 속에서 인간의 삶을 보았다.


주름은 길이다!


주름 너머에 자유와 평화가 존재한다.

자유가 억압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주름은 몰입에서 빚어낸 삶의 흔적이었다.

캔버스 안에 갇힌 선의 아우성은 삶의 울림이 메아리 되어 들리는 소리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길은 답답하다 싶으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간다.

길은 보이는 것을 통해 애정을 드러내며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자연의 존엄과 경이로움을 숨긴 채 앞으로 나아간다.


주름은 인생이다!


주름은 선이고

무한한 움직임의 가능성을 가진 간결한 형태의 이미지다.

단순하게 보이는 수평과 따뜻하게 보이는 수직의 조합은 인간의 삶이고 결과물이다.

권수자 작가의 절대적인 애정과 자비는 실과 바늘을 통해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일 수 있다.

인간의 삶 주변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실과 바늘을 통해 삶의 흔적으로 자리한 주름이 되었다.


삶과 주름!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바느질의 무게에서 여인 또는 어머니의 심장에 훨훨 타오르는 불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선은 길을 만들고 조각을 만든다.

그 선과 조각은 하나의 전체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친다.


찰나의 순간!

바늘은 화선지 경계를 넘어 누군가의 심장을 뚫고 뼛속까지 꿰뚫어 버린다.

신성한 곳이라 할지라도 바늘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그 뒤를 말없이 따르는 실은 바늘이 가는 데로 따라갈 뿐이다.





주름은 길/혼합재료(실,바늘,화선지,물감) 권수자/양평 카포레




주름!

인간의 몸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주름은 세상에 존재하는 이미지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주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톡!'


바늘이 화선지를 통과할 때마다 내는 소리는 정성과 몰입이 내는 소리다.

생성과 소멸의 소리일 수도 있다.

주름은 삶의 흔적이기 전에 이야기 본질일 수 있다.

권수자 작가는 바늘과 실을 통해 애정과 자비를 베풀며 한 올 한 올 이어가는 삶의 흔적을 예술로 승화시켜 왔다.

화선지는 분청사기 빛을 내며 고풍스러운 이야기를 담아간다.

화선지에 수놓은 선은 선사시대 빗살무늬 토기를 연상하게 한다.

수많은 조각을 오래도록 바라보면 캔버스 안에 또 다른 이미지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이미지는 보는 사람의 시선과 보는 각도에 따라 생각지도 않은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천사

악마

깨진 조각

엄마의 사랑

기다림의 미학

무한한 움직임

경이로움

가슴을 울리는 파편

애증

기다림


수많은 조각은 생성과 소멸의 조합을 통해 관객의 심장 속으로 파고든다.

작품이 주는 선물이다.


주름은 하늘이고 땅이다!


바늘과 실은 하늘과 땅을 향해 한 올 한 올 수놓으며 생명을 잉태해 간다.

크고 작은 경계를 만들며 가두고 펼치며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나의 길!

하나의 선을 선택하고 따라가면 그 길이 곧 나의 길이다.

그 선 위에 서면 나의 삶이 보인다.

나의 위치에서 과거와 미래까지 볼 수 있다.

산을 넘어야 할 때가 있고 바다를 건너야 할 때가 있다.

가끔

쉬어갈 그늘이 존재하고 목마름을 해결할 샘터가 자리한 곳도 있다.

바늘과 실!

끝없는 여행의 여정은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무의식!

마음 가는 대로 바늘은 움직인다.


'톡!'


바늘이 내는 멜로디는 듣는 순간 심장을 찌르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그 아픔도 잠시 뒤따르던 실이 아픔을 치유하며 삶의 고통을 행복하고 평화스럽게 만들어 준다.

고통과 좌절을 단절할 길을 막고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길은 활짝 열어준다.

선으로 시작해 선으로 끝날 것 같아 보이지만 권수자 작가는 마지막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픔이 온전히 치유될 수 있게 채색해 간다.


채색!

지극히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채색의 마지막 단계를 실행에 옮겼다.

선의 굵고 가는 표정을 만들어 가고 살찌고 강한 선의 높이를 조절하며 작품의 가치를 높여 간다.

채색은 선사시대의 분청사기 조각이 되고 고려청자 또는 조선의 백자 파편이 되어 관객을 맞이한다.

동양화나 한국화에서 불 수 있는 긴장과 생동감을 바늘과 실을 통해 화선지에서 느끼게 한다.

권수자 작가가 미세한 채색을 통해 섬세하고 여성적인 동양의 멋을 보여주고 있다.


주름!

인간의 얼굴에 낙인처럼 완성되어 가는 작품에서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라는 시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거울 앞에 서서 내 안의 주름을 보라.

참으로

아름답고 경이롭지 아니한가!



주름은 길/혼합재료 권수자/양평 카포레
주름은 길/혼합재료 권수자/양평 카포레
주름은 길/혼합재료 권수자 /양평 카포레
주름은 길/혼합재료 권수자/양평 카포레




동화작가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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