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시리즈 033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석이는 거울을 보면서 작은 고민이 생겼다.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석이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
또
내게 관심도 없어!”
석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으려고 했다.
“원망의 늪에서 벗어나야 해!”
석이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원망하기도 했다.
지구가 멸망이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없어도 잘도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어떤 원망도 늘어놓지 않았다.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에서
나를 지키는 것은
오직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석이는 항상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정신을 바탕으로 남과 다른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된다고 다짐했다.
“세계 질서가 붕괴되고 있다!”
석이가 현실에서 바라본 세계는 어딘지 모르게 규칙과 진실의 가치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십육 년을 강사로 일한 엄마도 시험을 보고 강사 채용에 떨어지다니!”
엄마는 최근 고등학교에서 강사 채용시험에서 떨어졌다고 아들에게 말했다.
오십칠 세가 된 엄마에게
이제 그만두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십육 년이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사에게 시험을 보고 합격 불합격을 통보하는 것은 상식의 선을 넘었다고 생각되었다.
“누가 심사했을까?”
석이는 엄마를 심사한 분들이 누굴까 궁금했다.
교육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그래도 엄마는 최선을 다한 교육자였었다.
“엄마!
이제 또 새로운 꿈을 꿔봐요.”
아들 석이가 말했지만 상실감에 빠진 엄마는 힘이 없었다.
“그래!
그래야지!”
하고 대답하는 엄마였지만 아들이 보기에도 엄마는 너무 속상해하고 있었다.
“당신!
와인 한 잔 할래?”
아빠가 축 처진 아내에게 말했다.
“아빠!
나도 조금 주세요.”
하고 석이가 엄마 곁에서 말했다.
“그래요!
한 잔 해요!”
엄마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대답했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
오늘 미국에서 공매도 때문에 난리 났어요!”
하고 아들이 미국에서 일어난 뉴스를 말해도 엄마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매도가 뭔데?”
하고 아들에게 물었지만 머릿속에는 오늘 강사 채용 불합격이라는 통보가 맴돌고 있었다.
“큰 펀드 회사들이 떨어질 주식이나 올라갈 주식을 예측하고 빌려서 팔아 돈을 버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 펀드 회사들이 떨어질 주식에 많은 돈을 배팅했는데 개인투자자들이 그 회사 주식을 많이 사는 바람에 떨어지지 않고 하늘 높이 올라가는 바람에 펀드 회사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는 뉴스였어요.”
아들은 신나게 말했지만 엄마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엄마!
개인이 뭉치면 조직도 정부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대한 사건이에요!"
하고 아들은 이번 공매도 사건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그랬구나!"
하고 엄마는 대답했지만 아들이 말하는 것에 관심 없었다.
“엄마!
이제 좀 쉬세요.
그동안 고생했어요.”
아들이 엄마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게 고작 말 한마디였다.
“당신!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 좀 쉬도록 해.”
아빠도 와인을 마시며 엄마를 위로했지만 엄마는 신나지 않았다.
“모든 열정!
모든 삶의 여정!
긴 시간 동안 학교에서 강의한 것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겠지!”
엄마는 와인 잔에 비추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우아하게 마시던 와인이 다른 날보다 맛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와인이라도 한 잔 할 수 있고 당신이 추위와 이슬을 피해 잠잘 수 있는 집이 있으니 행복하잖아!”
하고 남편이 위로했지만 아내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주에 학교에 사물함을 정리하러 가야겠어요!”
아내는 몸을 뒤척이며 말했다.
“그래야지!
당신의 모든 삶이 머문 곳이고 또 그곳으로 향하는 일에 익숙해졌을 텐데. 이제 다른 길을 찾고 또 간다는 게 쉽지 않을 거야!”
어둠 속에서 남편은 아내를 위로하고 또 위로했지만 아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는 몇 년 전부터 실업자가 된 아빠와 대학에 다니는 아들을 걱정하며 밤새 잠을 뒤척였다.
“코를 골며 잘도 자는군!”
남편은 아내의 고민도 또 아내의 내일도 걱정하지 않고 코를 골며 편하게 잠을 잤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하고 아내는 오늘의 일상을 정리하고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났다.
“인사도 못하고 물러나다니!”
<코로나 19>로 학교에도 나가지 못하고 제자들과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이렇게 교단에서 물러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림은 그릴 수 있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그림을 그린 이유는 어쩌면 학생들과 소통을 하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학교 강의를 못하면 그나마 그리던 그림마저도 손 놓고 상실의 세계로 빠져들까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 수고했다!”
아내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또 눈을 감았다.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봐!”
엄마는 아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볼 때마다 이렇게 말했었다.
“나도 나를 사랑하고 싶어!”
하지만 자꾸만 내가 못나고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죽겠다고 아들은 투정 부렸다.
“세상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잊지 마!”
엄마는 항상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말만 했었다.
또 아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엄마!
엄마는 또 무엇을 할까?”
아들은 아침을 먹으며 엄마에게 물었다.
“뭔가 하겠지!
인생 4막!
또 계획해 봐야지!”
엄마는 하루도 쉬지 않고 무엇인가 해야만 하는 성격이었다.
학교에 강의가 없고 학원에 강의가 없으면 그림 그리는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깨가 너무 아파!”
하고 나오는 엄마를 보면 안타까웠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엄마 작업실에 들어가 보면 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어 있었다.
“엄마!
이번 작품도 좋아요!”
아들은 엄마 그림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나무가 되고 싶었어!”
하고 엄마는 오래전에 아들에게 말했다.
어릴 적에 나무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왜!
그런 꿈을 가졌어요?”
하고 아들이 물었지만 엄마는 숲과 나무가 좋다고 했다.
“엄마!
그래서 숲과 나무를 많이 그리는 거예요?”
하고 아들은 가끔 엄마에게 물었다.
“숲과 나무는 거짓말하지 않아!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만큼 일을 하지.
하루하루 커가며 숲을 지키고 또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 가지!”
아들은 엄마가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왜 나무가 되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림 나오미 G
“엄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아들은 강사 퇴직을 한 엄마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 무엇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 더욱 자신이 미웠다.
“그냥!
아침을 맞이하자.”
내일 아침이 오면 엄마는 또 무엇을 계획할지 모르지만 아들과 남편은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
“엄마!
힘내세요.”
아들은 엄마를 위해 지금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 믿었다.
“나를 좀 더 사랑하자!”
석이는 엄마 아빠의 삶을 통해 배우는 게 있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세상!"
코로나19는 세상을 변하 시키고 있었다.
석이는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아온 것 같았다.
"앞으로 힘들겠지!
누가 더 힘들지 모르지만."
석이는 뉴스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학교에서 쫓겨나는 엄마!
일자리가 없어 몇 년 동안 백수로 지내는 아빠!
석이는 아직 어리지만 어른들이 만들어 논 세상이 두려웠다.
거짓이 진실인 것처럼 포장된 사회가 무서웠다.
참과 진실이 거짓처럼 알려지는 사회의 일상이 두려웠다.
하지만!
석이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또 이겨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엄마처럼!
쫓겨나서는 안 돼.
아빠처럼 긴 시간을 백수로 살아서도 안 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석이는 궁금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그러니까!
지금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야 해."
석이는 그동안 자신을 뒤돌아보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리고
좀 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민주주의!
탈을 벗어야 할 때가 되었을까?"
세상에서 가장 좋을 것 같은 민주주의 정의도 흔들리는 세상이 되었다.
옳고 그른 것의 문제가 아닌 다수의 힘이 어디로 움직이는 가에 세상은 요통치고 있었다.
"다수가 옳다면 옳은 거야!
다수가 힘을 실어주면 그것이 곧 정의인 거야!
과연!
그럴까?"
어린 석이도 요즘 다수가 말하는 것들이 얼마나 거짓된 탈을 썼는지 알 것 같았다.
"나만!
다치지 않으면 괜찮아.
아니!
나만 잘 살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던 석이의 생각은 자꾸만 의심을 하게 되었다.
"최선을 다하면 큰일 나는 사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언제부턴가 다수의 적이 되어 있었다.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언론과 방송마저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기웃거리는 신세로 전략해버린 사회였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회.
무엇도!
진실되고 정의롭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
석이는 혼돈의 이데아에 빠진 것 같았다.
각자 살아남는 게 이기는 법이 되어 버린 사회의 모퉁이에서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길밖에 없어."
석이가 내린 결론은 혼돈의 세상을 대처하는 법은 곧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란 것뿐이었다.
"그래!
누가 뭐래도 난 나의 가치 기준을 정한 뒤 열심히 살아가는 거야!
비록!
힘들고 외롭겠지만 진실과 정의는 결코 거짓이 아니니까."
석이는 자신을 더 사랑하는 길이 곧 행복의 길이라 생각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했다.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길러야 했다.
그래야!
부모도 사랑할 수 있고 이웃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았다.
"나를 위한 나의 삶을 살자!
그것은 곧
나를 좀 더 많이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석이는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내일의 삶이 반짝반짝 빛나길 스스로 응원했다.
"비록
달팽이처럼 느린 삶이라 할지라도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자."
다음날,
석이는 달라졌다.
일찍 일어나더니 서재를 기웃거렸다.
"<2030 대담한 미래-최윤식>
이런 책을 읽다니!
우리 엄마
대단하다 다다 다!"
석이는 책을 꺼내 들고 방으로 향했다.
"읽어볼까!
이런! 이런!
사과주스를 한 잔 마셔야지!"
석이는 부엌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오늘 책은 읽을지 모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