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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신생아 육아 한줄평: 재입대 희망

by 살구

출산 후 4박 5일 간의 입원 후 조리원에서 2주를 보내고 포대기 두 개를 감싸들고 위풍당당 집으로 돌아왔다. 제왕절개 날짜 잡는 법은 간단하다. 병원에서의 5일, 조리원에서의 14일 후 집에 돌아오는 날이 일요일이거나 월요일이어야 한다. 절대, 절대로 금요일이어서는 안 된다. 산후도우미 분의 근무는 평일 9~6시 임을 기억하자! 금요일에 조리원 퇴소 후 집에 온다면, 그 시간부터 월요일 오전 9시까지 큰 혼돈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계산으로 접근하면 된다. 나는 이 기적의 계산법으로 수요일 출산 후 일요일에 집에 돌아왔고, 주변의 수술 예정자들에게도 간절히 전파 하는 중이다.


신생아는 2~3시간에 한 번씩 수유를 하는데, 분유 타고, 먹이고, 트림 시키고, 기저귀 갈고, 다시 재우고, 그리고 다시 분유 타고, 의 연속이다. 게워내지 않아야 그나마 이 정도이지 도중에 토하게 되면 멘붕, 닦기, 갈아입히기 추가. 아기가 당연히 픽 하고 쓰러져 자지 않으니 재우기, 달래기, 왜 안 자니, 대체 뭐가 문제니 반복. 그런데 공포스러운 것은, 한 명을 끝내고 나면 다른 한 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밤을 보내면 바닥에 기저귀 8개와 젖병 10개가 나뒹구는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쌍둥이 신생아 시기를 찐하게 보낸 남편은, 군대는 다시 가도 신생아 때로는 다시 못 가겠다고 선언했다. 군대는 잠이라도 재워 준다면서.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고백했는데, 당시 우리집은 가파른 언덕 위에 있었는데 퇴근길에 언덕을 오르다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빼고는 울지 않던 남편인데, 초딩스럽게도 집에 가기 싫어서 울었다고 했다. 집에 가면 또 잠 못 잘 생각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였나보다.


신혼집은 작은 투룸 빌라였는데 가파른 오르막에 있으면서 지하철역과도 멀어서 산후도우미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겨우 와 주신 산후도우미 분은 경력이 그리 길지는 않아 보였다. 애가 둘이니 산후도우미, 엄마 외에 성인 한 명이 더 있어야 그래도 그럭저럭 하루가 돌아갈텐데, 이제 막 아기 낳은 산모와 초보 산후도우미 둘이 있다 보니 하루하루가 엉망진창이었다. 모두가 피로하고 매일 날이 서 있었다. 집을 나서면 언덕길이 바로 차도여서 유모차 끌고 산책도 한 번 못 해 본 채, 볕도 잘 안 들어오는 작은 집에서 아기들과 매일 씨름 하며 맞이한 100일. 대충 벽 한 면만 치워 상 놓고 백일사진 한 장 남기고, 예정보다 빨리 이사를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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