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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Jun 24. 2022

_아침산책-1

: 두번째이야기.



정의 :

          매일 아침이면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
          그들이 묵묵히 꾸려나간 삶의 사소한 순간들이
          내게는 잠시 붙잡아둘 찬미의 순간들.

          그래서,
          그렇게,
          걷는 것.

          아무 까닭도 없이, 표류하듯.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다 보면 종종 멀리서 봐야 제대로 보이는 그림들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인다기보다는 느껴진 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 미술비평가가 추천하는 감상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작품을 보다 보면 형태와 구성과는 상관없이 갑자기 멀리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니면 지나가다가 우연히 멀리서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가까이에서 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받아서 다시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경우도 있다.


   나는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연이든 의도한 것이든 때로는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서 삶을 관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에는 어떠한 고민이나 노력, 의문도 가질 필요가 없다. 마치 자아가 없는 사람처럼, 이 세상으로부터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처럼 그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만 보는 것이다. 걸으면서 보이는 것을 보고, 들리는 것을 들으며, 느껴지는 것을 느끼면 된다. 어떠한 형태로서의 지식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같은 삶의 의욕들은 이 시간 동안만큼은 잠시 잊어버리기를.


   내게 있어 이런 시간은 낯선 타지에서의 아침산책이다. 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면 항상 아침산책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어두고 숙소를 예약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주변에 숲과 강 등의 걷기 좋은 공간이 있다거나 그럴듯한 산책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특별히 산책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 없어도 상관은 없다. 아니 나는 오히려 그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장면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적당히 세수만 하고 나서 편한 차림으로 느긋하게 밖을 나선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그저 동네 사람들이 걸을법한 길을 골라서 걸어 다닌다. 그렇게 걷다 보면 지난밤에는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주변의 풍경들과 이곳을 일상의 공간으로 거닐던 사람들이 매일 맞이하고 있는 아침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곳의 길도 모르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고, 지금 보이는 것들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하나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어차피 나는 이곳으로부터 머나먼 타지에서 온 객인일 뿐, 오늘이 지나면 이곳에 내가 다시 존재하는 일은 다가오지 않은 먼 미래의 일이거나 혹은 다가오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아침 풍경을 바라보면 평소에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 정확히 말하면 일상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흘려보냈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닷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2020









파란대문,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2020









오조포구,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2021









붉은대문,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2021









밭,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2019









아침햇살,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2022









담장들,  제주시 삼양동,  2021









팔레트,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2021









삼거리,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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