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세보며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나의 숨을 고요히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이를 생활화 화면 나의 삶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2. 이 글을 읽고 인류가 인공지능과 구별되는 점 2~3가지를 적어보세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어제 저녁 반원은 조금 넘어선 후광이 멋드러진 반달과 드문드문 바라보이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두발 멀쩡히 걸을 수 있고 그리운 사람 한 번씩 생각해 볼 수도 있으며 숨쉬기에 한결 나아진 저녁 산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근 초등학교 담벼락에는 분홍빛 배롱나무와 흰빛 무궁화를 바라보니 분홍빛과 흰빛의 주름진 블라우스를 입은 다정한 자매가 마치 팔짱을 낀 것처럼 다정해 보입니다. 살고 있는 곳 가까이 바다가 보이고 집 뒤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삐이이익’, ‘삐약삐약 뷰’ 병아리 소리를 내는 직박구리, 도도한 듯 고고한 듯 휘바람 부는 휘파람새, ‘나 어릴 적 나 어릴 적[소오적(少吾的)]’하고 우는 소쩍새, 다양한 음역대를 가지고 자유자재로 노래하는 음악 신동 동고비, 노란 빛깔과 함께 소리도 고운 꾀꼬리 등이 소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숲 사이를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조화를 이루고 있어 참 감사하고 행복한 느낍이 들었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살펴볼 시는 조선 후기에 벼슬하지 않고 고향에서 학문후학을 양성하며 실학을 집대성한 유학자이자 실학자, 생명 사상가, 역사가, 시인인 성호(星湖) 이익의 <숨 세기에 관한 성찰[수식잠(數息箴)]>입니다.
일상의 여러 가지 일들에 생각과 몸을 움직이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 소홀할 때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 수업하는 시간, 아이들 쉬는 시간, 점심 시간, 심지어 수업이 비는 공강(空講) 시간에도 아이들이 사고는 치지 않을까, 서로 싸우지는 않을까, 달려가다가 넘어지지는 않을까 등 오만가지 생각으로 늘 노심초사하느라 일과 중에는 고요히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 간간이 친한 원로 교사와 나누는 한담(閑談)과 다담(茶談)은 정신적 자양분이 되어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됩니다.
퇴근 후 강아지와의 산책, 저녁 설거지, 혼자만의 산책 이후 가지는 혼자만의 독서 시간이 저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달을 바라보며 가족과 이웃, 그리고 지구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하며 저의 성장에 대해서도 인근 사찰을 탑돌이 하며 소망해 보기도 합니다.
공자는 “사람이 원대한 생각이 없으면 가까운 시기에 근심이 다가온다.[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고 하였습니다. 오늘도 나는 나 자신과 나 이외의 만물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며 선한 숨을 쉬었는지 하늘의 별과 달, 바람에게 이실직고(以實直告)하며 성찰해 봅니다.
凝神默坐(응신묵좌) 정신을 모으고 고요히 앉아
思慮不作(사려불작) 이런저런 생각 일으키지 말고
數我呼吸(수아호흡) 나의 들숨과 날숨을 세어보면서
爲存心則(위존심칙) 마음을 보존하는 법으로 삼으라
出如陽噓(출여양허) 내쉴 때는 봄기운 펴지듯 양기(陽氣)를 뿜고
入焉陰閉(입언음폐) 들이쉴 땐 바다의 밀물이 밀려들 듯 음기(陰氣)를 모으도록
順而勿拘(순이물구) 억지로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徐而勿迫(서이물박) 서둘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一轉十百(일전십백) 한 번에서 열 번, 백 번까지 해보면
了然心目(료연심목) 마음에 똑똑히 기억되리라
乍忽卽舛(사홀즉천) 하지만 잠깐 소홀히 하면 어그러지니
非敬胡得(비경호득) 경건한 마음이 아니면 어찌 해낼 수 있으랴
– 이익(李瀷, 1681~1763), <숨 세기에 관한 성찰[수식잠(數息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