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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활

134일

by 은은


여름 개나리 금계국

계란후라이 닮은

소담한 개망초엔

하얀 나비 노랑나비

사뿐사뿐 춤추고


노오란 꿀벌

금계국과 데이트하는

유월 초하루


선홍빛 애기동백

분홍 다홍 철쭉

해바라기 솔잎 닮은

보랏빛 송엽국(松葉菊)


동서남북 약이 되던 약모밀

이름과 달리 진분홍빛 띠는

자주괭이밥


꿀벌 손님 맞이하느라

질은 선홍빛으로 멋을 낸

달마다 피는 꽃 월계화


천진한 아이의 하얀 웃음 띤

바람개비 꽃

마삭줄


이 모두가

자연이 빚어낸 조화이자

조물주의 조용한 배려






6월 6일은 현충일이자 벼 등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은 망종(芒種)입니다. 농가에서는 보리 베고 모내기하는 한창 바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농가와는 달리 팔자 좋은 저는 둘레 길을 걷다 다채로운 산야초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곤 하였습니다.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긴장감은 떨어지고 낯짝은 더 두꺼워집니다. 이런 때가 두 눈과 귀는 닫고 마음의 눈과 불을 밝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세상일 대강 다 안다는 얕은 잔 지식이 아닌 내가 지구별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참 물음의 두레박을 밤하늘에 담그며 건져 올려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이웃님들 무더운 여름 늘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磨礪當如百鍊之金(마려당여백련지금) 백번 때린 쇠처럼 단단하라

急就者非邃養(급취자비수양) 급히 하면 깊어지지 못하니

施為宜似千鈞之弩(시위의사천균지궁) 내 마음의 가장 큰 활을 당겨라

輕發者無宏功(경발자무굉공) 가벼운 화살로는 큰 것을 맞추지 못하니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가장 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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