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브랜딩 하면서 흔히 하는 착각
브랜드를 만든다고 하면 혹자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기발한 아이디어나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브랜딩은 없던 고객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던 고객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우주에서 가져온 것 같이 지금까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제품이 아니라 기존 제품에서 조금 더 발전된 제품에 소비자들은 더 쉽게 반응합니다.
알프스산의 빙수로 만들었다고 하는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 에비앙(Evian)에서 더운 여름철 여성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유지해줄 수 있는 물을 채워 넣은 아쿠아 브래지어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시중에 판매되기도 전에 사업 자체가 중지되었습니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타겟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었으니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때로는 대기업조차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 시장 파악, 명확한 타깃 설정에서 실패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더 나은 제품, 뛰어난 서비스에 집중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바라보지 않고 제품이나 기술에만 심혈을 기울이다 보면 때로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소비자와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여름의 더위를 없애줄 속옷이라고 하면 기능성 쿨소재 원단으로 알프스 빙수와 같은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에비앙의 쿨 이너라고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기업은 제품을 판매하고 고객은 브랜드를 구매한다고 합니다. 고객은 '좋은 제품'이 아니라 ' 좋아 보이는 제품'에 반응합니다. 좋은 제품인지 아닌지는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판단이 어려운데 좋아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공들여 만든 좋은 제품도 매출로 연결되지 않고 결국 시장에서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1992년에 출시된 '색깔이 없는 콜라' 크리스탈 펩시는 출시 후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 마케팅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고 맛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던 제품이라 제품 자체만 놓고 본다면 기존 콜라에 비해 더 좋은 혁신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어째서 좋은 제품을 외면했을까요.
소비자가 기대하는 마음속 콜라는 투명색이 아니기 때문에, 갈색이 아닌 콜라는 '좋아 보이지 않고' 낯설게만 보였을 것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지 않고 제품에만 잔뜩 힘을 주게 되면 성공이 아닌 실패에 성큼 다가가게 됩니다.
스타트업의 실패를 연구하는 페이로리(Failory)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 순위 1위는 34%의 비율로 '시장성 부족'이라고 합니다.
시장성 부족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고객에 대한 이해와 파악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나 제품도 기꺼이 돈을 내고 구매할 고객이 없다면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투명한 콜라나 아쿠아 브래지어를 만들어 냈을 때 획기적이고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하며 기업에서는 박수를 쳤을지도 모릅니다. 고객이 왜 구매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고 무엇을 파는지에만 초점을 두다 보면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줄어듭니다.
고객의 관점을 유지하고 그들의 시선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라볼 때 비로소 팔리는 브랜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