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이브 Mar 15. 2022

막걸리는 쳐다도 안 보더니 바밤바밤에 혹하는 이유?

사랑받는 브랜드의 성공 비결

브랜딩은 연애심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화학반응입니다. 정해진 법칙이나 논리로 정리되어 있어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브랜딩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타사 브랜드가 성공한 사례가 어느 브랜드에서나 통하는 성공의 룰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와 내 주변에서 공감한 사례들로부터 힌트를 얻어 내 방식대로 브랜딩에 적용해보는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나만의 새로운 길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되는 몇 가지 브랜드 사례가 여러분의 브랜딩에 영감을 주는 친절한 팅커벨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소비자에게 답이 있다.

친구 집 홈파티에 갔다 술이 떨어져 다 함께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우연히 냉장고에서 발견한 바밤바 밤 쌀 막걸리를 보고 다들 우와 신기하다, 이거 한번 사보자라며 막걸리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다들 한잔 더! 를 외쳤지만 편의점 인기 상품이라 더 이상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평소 막걸리는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주종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선뜻 손 이 가지 않는 아이템이었는데 잠시의 머뭇거림조차 없이 바밤바밤 막걸리를 집어 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바밤바밤 막걸리는 세상에 없던 제품이 아닙니다. 밤 막걸리는 이미 아주 예전부터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었고 다만 바밤바밤을 통해 밤 막걸리라는 장르가 소비자 눈에 전혀 다른 새로운 상품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밤맛을 첨가한 막걸리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기존 제품이 생산자 위주의 프레젠테이션이라면 바밤바밤 막걸리는 소비자 시각에서 소비자의 언어로 제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품을 출시한 국순당에서는 신제품 기획단계에서 밤 막걸리 샘플이 마치 바밤바 녹인 맛과 비슷하다고 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해태 아이스크림과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의 언어보다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언어는 몇 배로 강력한 파워가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은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만약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고 최고의 밤막걸리를 만들자라는 목표로 제품을 기획했다면 어떤 제품이 나왔을까요? 

아마 국내 **산 알밤을 아낌없이 넣어 전통방식으로 빚어낸 명품 술이라는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 위주의 최고의 밤 막걸리가 탄생하지 않았을까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고의 막걸리가 아니라 신선한 경험과 새로운 맛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전까지는 말이죠.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친숙한 바밤바 맛에 막걸리를 접목해 새로운 맛과 특별한 재미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MZ세대의 취향을 그대로 저격한 제품이 등장했으니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SNS에 인증숏을 올리며 신선한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법칙인 소비자들의 자발적 홍보가 더해지면서 바밤바밤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역지사지가 말이 쉽지 현실에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은 자신의 상품에 집중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비자 시각보다는 생산자 시각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 감정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행위가 연애에서 유리하듯 소비자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항상 그들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 관심을 보이는 것에 안테나를 바짝 세워야 합니다. 지금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내가 출시하려고 하는 분야의 브랜드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떤 이야기와 경험을 하고 있나요?

 

참신한 브랜드를 기획하기 위한 새로운 발상은 소비자에게 눈을 돌리면 의외로 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힘 

향수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보이지 않는 향기를 미리 경험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한 편의 영화 같은 하이 퀄리티 영상 광고를 제작하고 전문가들이 모여 아트 급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만듭니다. 그리고 향은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오프라인에서는 대대적인 규모의 시향 행사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 없이 향기로 아주 영리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든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유즈라는 브랜드의 고체 향수인데 '승무원 향수'라는 콘셉트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은은한 향이라는 점을 어필하면서 오프라인에서의 어떠한 접점도 없이 향기를 생생하게 눈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유즈 공식 사이트


누구나 한 번쯤 독한 향수에 머리가 아프고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죠. 이런 소비자의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고체 타입으로 알코올이 첨가되어 있지 않아 독하지 않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면서 은은한 향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은은한 향기를 말로 표현하거나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인간은 단어가 아니라 이미지로 사고하기 때문에 브랜딩 작업에 있어 소비자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될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은 파워풀합니다. 밀폐된 비행기 안에서 신뢰감이 가는 단정한 제복의 승무원에게서 느껴지는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향을 떠올리게 되면 백화점에 가서 직접 시향 해보지 않아도 전달하고 싶은 '살 냄새 같이 은은한 세련된 향'을 충분히 체험수 있습니다.


상대를 점점 더 알아가는 것이 연애 과정의 전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비자는 잘 알지 못하는 제품에 절대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직접 맡아보지도 않은 향수를 온라인에서 선뜻 구매할 수 있으려면 생생하고 선명하게 제품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향수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 원료를 구하는 방법,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면 할수록 소비자는 그 브랜드에 관해 더 알게 되고 더 많이 알게 될수록 관심과 사랑도 함께 커집니다.


3. 발상의 전환

큰 브랜드에 비해 뒤늦게 출발한 작은 브랜드들이 쉽게 범하는 오류가 바로 따라가기, 모방하기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같은 길에서 누군가의 등짝만을 보고 그대로 쫓아간다면 절대 앞질러 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같은 목적지를 바라보고 있다면 나만의 길 즉 다른 길로 가는 시도만이 승산이 있습니다.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해보아야 합니다. 발상의 전환은 '왜 꼭 그래야만 하는가?' '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집요한 물음에서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날개 없는 선풍기, 침이 없는 스테이플러 같은 제품은 ' 과연 선풍기의 날개는 꼭 필요한가?' , '침이 없이 종이를 고정시킬 수는 없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전혀 다른 길을 찾은 사례입니다. 


카페를 연상하면 향기로운 커피 향, 분위기 있는 음악, 멋진 공간과 친밀한 대화 등이 떠오릅니다. 만약 음악이 없다면 어떨까요?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은 적적하고 고요하다는 의미의 '적요'를 테마로 공간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습니다. 카페 음악이 없을 뿐 아니라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는 덕에 기계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공간에 여백도 충분합니다. 이곳에서는 고요함을 오롯이 즐기기 위해 대화도 소곤소곤 나누어야 합니다.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책을 읽거나 혼자 작업에 몰두하기에 완벽한 공간이기에 저는 집에서 무려 40분이나 걸리는 이 공간을 자주 찾습니다. 

물리적인 조건으로만 측정하자면 집 앞 5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가 아닌 이곳을 찾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행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다른 곳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이동거리의 불편함쯤은 그리 큰 장애물이 아닙니다.



사진출처 : 엔트러사이트 공식 사이트 

 

 

이것이 브랜드 파워가 아닐까요? 불편해도 기꺼이 소비자 마음에 들어온 이상 그것을 감수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팬이 되는 것 말이죠. 스타벅스처럼 세계적인 기업은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서만은 최고의 카페, 나라는 세상에서는 1등이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에는 수만 가지 이유가 존재할 수 있듯이 

브랜드에 호감이 생기는 데에도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에 러브 마크를 진하게 새기고 싶다면 나만의 전략을 세우고 흔들림 없이 그것을 꾸준하게 실행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이전 03화 그러면 안 팔려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