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작은 브랜드 비즈니스 시작하기 좋은 5가지 이유
15년 전 일본의 정신적 수도라고 하는 교토를 방문했습니다. 여행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쳤던 소소하고 작은 것들에 '헉'하고 놀랄 만큼 오랜 역사와 기나긴 세월의 흔적이 깃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물려받다 보니 어느새 300년이 되었다는 소바 가게, 3대를 이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로스팅 카페, 400년 된 레시피로 만드는 사탕가게, 모두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었습니다. 기나긴 세월과 지나온 여정 그 자체가 고스란히 흔들리지 않은 브랜드 파워가 되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단단한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죠.
브랜드 PR 매니저가 직업인 탓인지 본능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사랑스러운 작은 브랜드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대를 거치지 않아도 혹은 100년이라는 긴 역사 없이도 확고한 브랜드 철학이 있는 개성 있는 브랜드라면 얼마든지 곰탕처럼 깊은 맛을 내며 사랑받을 수 있을 텐데.. 라며 말이죠.
분명 브랜드 전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노포는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작은 브랜드가 성장하기 좋은 때입니다.
브랜드 사업?
돈 많은 기업만 할 수 있는 넘사벽 아닌가요?
이름이랑 로고 멋지게 만들어서 패키지 디자인만 잘하면
있어 보이는 브랜드 될 것 같은데...
브랜드 비즈니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브랜딩에 관한 오해나 편견은 생각보다 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 좀 들어봤다고 하는 소위 유명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적 물적 자원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규모 있는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사업분야입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이름 한 번은 들어본 것 같다고 하는 1000명의 잠재고객이 아닌 브랜드에 감동한 1명의 찐 팬을 가진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작은 기업, 1인 기업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브랜드 사업은 넓이가 아니라 깊이의 비즈니스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멋진 로고나 디자인만으로 고객은 결코 감동하지 않습니다. 물론 찰나의 순간 감탄은 할 수 있지만 더 멋진 브랜드가 나타난다면 그 감동은 차갑게 이동해버리고 맙니다.
큰 자본 없이 시작하는 작은 브랜드의 첫 번째 미션은 바로 생존입니다. 꾸준한 판매를 통해 브랜드 생존 자체가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는 유통의 진입장벽이 낮아져야 하고 다양한 판로가 필요합니다. 단군이래 가장 브랜드 만들기 좋은 때가 지금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유통 변화' 즉 시장의 판이 바뀐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이 큰 위기를 맞이하고 비대면 유통인 온라인 시장이 점점 확대되어 가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화장품 시장을 예로 들면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홈쇼핑, 면세점, 브랜드 로드샵, 헬스&뷰티숍 위주의 예전 유통환경에서는 작은 기업은 설자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통의 메인 스트림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유통의 한계로 인해 대기업 브랜드 제품이 아닌 개인이 만든 작은 브랜드는 소비자와 만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지금은 백화점 매장에 앉아 친절한 판매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인터넷 클릭 몇 번이면 당장 내일 아침 집 앞으로 제품이 배달되는 인터넷 쇼핑이 더 친숙한 시대입니다.
싱가포르에 사는 앤시아 청 씨가 사용하는 마스크 팩은 한국인인 저에게도 생소한 우리나라 개인 기업이 만든 브랜드 제품입니다. K-Beauty의 인기에 힘입어 개인 브랜드도 해외 수출이 가능한 시대가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즐겨보는 인스타 팔이 피플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영양제를 구매하기도 하고 내 취향을 완전히 저격한 이웃 블로거를 통해 봄 옷을 장만하기도 합니다. 작은 브랜드에 더 매력적이고 적합한 작은 마켓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통 변화와 동시에 일어난 소셜미디어, 디지털 매체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가 브랜드 만들기 좋은 두 번째 이유입니다. 볼거리가 오로지 TV, 잡지, 신문밖에 없었던 시절의 광고는 대기업의 차지였고 주요 언론 매체의 홍보성 기사 또한 광고주인 대기업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의 달콤한 유혹보다 나와 연결된 디지털 이웃들의 추천이나 나와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진짜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모바일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전통 미디어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은 정보들은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유튜브는 내 직원이 되고 인스타그램은 홍보 담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해주고 잘 만든 콘텐츠로 무장한 브랜드 소셜 미디어는 24시간 잠자지 않고 전국에 나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유능한 영업사원이 될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정보나 갖고 싶은 물건을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고 즉각적으로 그 욕구를 해소하는 매우 짧은 찰나의 순간인 마이크로 모멘트(MMOT Micro Moment Of Truth)가 바로 작은 기업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알고 싶은 순간, 하고 싶은 순간, 사고 싶은 순간을 세분화해 전략적이고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작은 브랜드에도 자사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찾아옵니다. 1인이 운영하는 작은 미용실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문성이 인정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는 충성고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금 1인 사업가도 브랜드 만들기 좋은 이유, 세 번째는 '소비자의 진화'입니다. 기술은 발전했고 서비스는 향상되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진화만큼 소비자도 스마트하게 진화되어 왔습니다. 기술력이 부족하던 시절, 브랜드 제품이란 제대로 만든 믿을 수 있는 품질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품을 만드는 기술 자체가 상향 표준화되었기 때문에 품질의 차이는 구매에 있어서 결정적인 기준이 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연히 음식은 맛있어야 하고 화장품은 효과가 좋아야 하는 것처럼 믿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은 사랑받는 브랜드로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이제 소비자는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 즉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바로 보이지 않는 정신적 만족감을 위주로 하는 가치 소비를 하면서 때로는 '나'를 위한 소비가 아닌 '우리'를 위한 소비를 하기도 합니다.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고 주로 소비하는지는 이제 자신의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선뜻 구매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소비자의 작은 취향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한 브랜드는 팔리는 브랜드를 넘어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들을 빗대어 이제 인간은 오장육부가 아니라 오장 칠부 즉 쓸개 밑에 스마트 폰이 있다는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정보를 소비하는 동시에 댓글이나 공감과 같이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자신의 솔직한 목소리를 거침없이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네 번째 이유는 바로 '시장의 세분화'입니다. 소비자의 니즈는 점점 세분 화어 가고 있고 대기업은 참여하기 어려운 작은 시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작아서 지나칠 수 있는 고객의 니즈도 잘 살려내면 틈새 마켓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손재주 좋은 전업주부 친구가 딸아이에게 인형 옷을 사주려다 가격만 비싸고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뜨개질로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만든 하나뿐인 손뜨개 인형 옷에 딸이 너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자 자랑삼아 손뜨개 인형 옷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고 합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해외에서 ' 나한테 이거 팔지 않을래?'라는 DM이 하나둘씩 오더니 지금은 주문이 폭주해 매월 한정으로만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이기에 가능한 진정한 니치 마켓의 좋은 사례입니다.
마지막 이유는 '가치의 변화'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브랜딩은 넓이가 아니라 깊이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매출의 규모가 브랜드의 성패를 말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브랜딩의 성공은 브랜드가 얼마나 소비자 마음 깊숙이 들어왔는지의 여부입니다. 이제 세상은 작은 것들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인정해주고 1등이 아니어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릴 적 올림픽 시즌에는 누가 메달을 땄는지 몇 위를 했는지가 유일한 관심사였습니다. 4등은 아깝게 실패했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었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전 세계 4위는 엄청난 성과입니다. 얼마 전 동계 올림픽에서 피겨 스테이팅 5위를 차지한 차준환 선수는 토털 점수로는 1위가 아니지만 점수로 매길 수 없는 아름다운 평가를 많이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촉망받는 젊은 스포츠 스타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기 초반에 넘어지는 큰 실수가 있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다음 동작을 의연하게 해내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스포츠 선수처럼 브랜딩을 하다 보면 때로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흉내 내는 것이 아닌 그 브랜드만이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브랜드 핵심가치와 비전과 미션을 흔들리지 않고 지켜나갈 때 비로소, 비록 금메달이 아니어도 소비자들의 마음속에서 '반짝'하고 오랫동안 빛날 수 있습니다.
2022년 올해에는 용기 내서 한번
브랜드 만들기에 도전해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