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하고 싶었던 거 하기

스무살.

by 헤 HE


스무살. 갓 성인이 됐을 때부터 휴학을 두 번 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중 한 곳에서는 오래 일을 하다보니 점점 임금체불 문제가 생겼다. 법무법인과 변호사까지 대동하며 홀로 회사와 싸웠다. 나는 계약 만료일까지 회사에서 버텨야했고 탈출,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우울감은 심해졌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매일 점심시간에 버거킹 구석에서 ‘일을 그만 두면 하고 싶은 것’을 썼다. 목록은 점점 두꺼워졌고 눈물로 지샌 밤 만큼 퇴사일이 다가왔다. 여전히 그 날의 햇빛이 기억난다. 모든 걸 털어낸 듯 산뜻했던 발걸음도. 그리고 하고싶은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날에는 늘어지게 잔 후 오전 11시에 베란다에 앉아 오랜만에 햇빛을 쬐었다. 두번째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수시간 달렸고 그 다음날에는 구립 도서관에서 죽치고 책을 읽었다. 움직이기 싫으면 꼼짝않고 누워있었고 글이 쓰고 싶으면 쓰고 그림이 그리고 싶으면 선을 쓱쓱 그었다. 살 것 같았다.

우울이 깊을 때는 하고 싶은게 있어도 잘 하지 못한다. 때로는 하고 싶은 것 조차 없기도 하다. 그럴 때 내게는 ‘내가 ‘땡땡’이었더라면..’의 ‘땡땡’이 되었다고 생각해보는게 도움이 되었다. 땡땡이 할 법한 일들을 조금씩 해보는 것이다. 나의 땡땡은 예술인이었는데, 마른 몸에 힙하게 차려입고 길가에서 수첩에 몰두해서 무언가를 마구 적는 것이 로망이었다. 그래서 항상 가방에 수첩과 필기구를 넣어놓는게 내가 그 때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었다.

하고 싶었던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을 이 틈에 따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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