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굴이었다.
개미굴이었다. 동선은 이리저리 꼬여있어 책상에 앉으려면 두번을 빙글 돌아야 했고, 침대는 숨고싶다는 이유로 정말 숨겨버려 잘 보이지도 않았으며, 키큰 수납장이 창문 가운데에 떡하니 서있어 안그래도 햇빛 없는 방이 더 어두워 보였다. 조명도 갓 조명이라 그림자가 져 오히려 더 어두워보이는 방. 낮에도 새카만 방. 그게 내 방이었다. 침대에 들어가고 나가는 게, 책상에 앉았다 일어나는 것 조차 복잡해 나는 점점 방으로 들어가지 않게 됐다(원래는 그냥 방에서 안나가려고 했으나 방에 있으면 숨이 막혀서 결국 내가 나가는 것을 택했다.).
거실에서 몇달 간 쪽잠을 잤다. 오픈된 곳에서 생활을 하니 내 공간이 없다는 게 크게 다가왔다. 내 침대였던 소파는 곧잘 가족들에게 점령됐고 내 책상이었던 간이 테이블은 풋레스트가 되었다. 싸웠을 때 닫을 문도 없었다. 내가 마음 놓고 쉴 공간이 필요했다. 내가 눕는 모양대로 소파가 푹 꺼져갈 무렵, 이제 좀 비키라는 동생의 잔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내 방에 해결책이 필요해’.
그 날부터 방구조를 종이에다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간 그린 도면을 들고 동생에게 부탁해 저녁 내내 함께 가구를 옮겼다. 동생의 과감함과 지켜보던 엄마의 아이디어까지 더해 지금의 방구조가 나왔다.
자는 방향은 항상 머리가 북쪽을 향해야 한다는 미신을 믿어 항상 안쪽 코너에 머리를 두던 침대를 방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문 옆으로 옮겼다. 키 큰 가구들은 사각지대로 치웠다. 동선이 단순하고 깔끔해졌다. 아침에 침대에서 빠져나오기가 쉬워져서 아침에 눈 뜨는 게 겁나지 않아졌다. 책상에 앉는 것도 간단해서 작업시간도 늘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편할지를 고민해서 나에게 맞춘 방구조였다. 새로운 방구조를 짜면서 나의 생각, 활동, 행동, 이유를 생각했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나는 단순한 걸 좋아하는 구나’. 이후로 나는 내가 (방구조 외로도)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바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내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나는 바꾼만큼 조금씩 편안해졌고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