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분명 침구세트를 맞췄었는데
나도 분명 침구세트를 맞췄었는데, 다시 보니 어느샌가 엄마가 주는대로 깔고 덮어 색깔도, 소재도 짬뽕된 상태였다. 자려고 누우면 자꾸만 얼굴을 덮치는 이불의 레이스, 까끌까끌하게 보풀이 일어 닿으면 간지러운 깔개, 울룩불룩한 누빔의 돌아 눕고 싶지 않은 베개까지. 분홍, 노랑, 파랑, 삼종 세트를 쓰고 있었다. 소파로 도망나온 채로 누워만 있으면서도 침구가 불편하다는 생각만 한 채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자가 없었다.
그렇게 엄마 생일이 다가왔다. 엄마에게 필요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 넌지시 “요즘 난 어디 가방이 예쁘더라~ 엄마는 뭐 갖고 싶은 거 없어?”라며 다 티나는 논리구조의 말을 던졌다. 가방? 옷? 신발? 그런 쪽을 생각 한 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엄마는 “나는~ 새~하얀 침구세트가 갖고 싶어. 호텔식으로 있잖아.” 라며 자신이 그리는 꿈의 인테리어에 대해 얘기해줬다. 그러면서, 그 인테리어의 시작은 호텔식 침구세트라고 했다. 나는 의아했다. 가방도 다 떨어져가고, 신발도 만원짜리를 신으면서 침구 세트를 원한다니. 이해 되진 않았지만, 백수인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호텔식 침구를 구매해 엄마 퇴근 시간에 맞춰 깔아놨다. 우리는 기분 좋은 생일을 보냈다. 며칠 밤을 새로운 침구와 보낸 엄마는 잠드는 게 보드랍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으로 좋아서 매일밤이 행복하다고 했다. ‘이불 바꾼게 그렇게 좋다고?’ 하며 반신반의 하던 나도 덮어보니 퐁실퐁실한 구름을 덮은 듯 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 아닌가. 결국 나도 엄마 것보다는 저렴하지만 괜찮다고 하는 침구 세트를 구입했다. 나의 새 침구는 보드랍고 사각거려 닿을 때도 기분이 좋아 훨씬 잠드는 게 편하고 침대에 있고 싶게 됐다. 볼 때도 방 색깔과 잘 맞아서 만족도가 높았다. 촉감이 좋은 침구를 사용하면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된 듯(이미 소중하지만, 새삼스럽게) 누군가가 안아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따듯한 밤 샤워와, 차가운 마스크팩과 함께라면 만족감으로 무적이 될 수 있다. 단점이라면 괜찮은 침구세트는 십만원대가 훌쩍 넘어간다는 것. 이 부분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