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생계를 위한 알바를 하고 와 녹초였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생계를 위한 알바를 하고 와 녹초였다. 쌓아올린 빈백 더미 위에 몸을 올리고 통돌이 세탁기 보다 더 높이 올라온 빨래 탑을 거꾸로 누워 보고 있었다. 탑은 항의하듯 무너졌다.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는 빨래들을 쳐다봤다. 이내 눈을 돌려 구석만 샅샅이 뜯어봤다. 결국 또 ‘씻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속옷 서랍을 열었다. 서랍이 가벼웠다. 아무것도 없었다. 예상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언젠가 입었던 속옷을 집어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 물을 틀어 속옷을 적셔놓고 샴푸를 짰다. 박박 속옷을 빨았다. 물기를 꼭 짠 빨래를 욕실 문고리에 걸어두고 겨우 씻었다. 자고 일어나면 마른다며 드라이기로 대충 말린 속옷을 입고 간이 침대로 나를 던졌다.
슝.
이렇게 자연스럽게, 숨쉬듯 뛰어내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내가 던져진 곳이 침대임을 아쉬워하며 눈을 감았다.
하루를 건너 뛰고 또 살아가야하는 오늘이 왔다. 오늘이라고 해봐야 8시간 밖에 안남았지만. 나는 한 숨 한번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어디 마트에서 받은 타포린 가방, 어디 피자집에서 받은 다회용 장바구니들을 꺼냈다. 가까운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부터 주워담았다. 세탁기 안에 있던 양말 한 쪽까지 가방에 넣었다. 빨래가 튀어나오는 네개의 가방을 들고 휘청대며 코인 빨래방에 도착했다. 대용량 세탁기 두개를 차지하고는 계속 빨래를 돌리고 건조를 했다(몇시간 동안 사람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그냥 와르르 넣기만 하면 되고 빨래를 널지 않아도 되어 편했다. 빨래가 되길 기다리면서 가게에서 틀어주는 TV를 보자니 실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하루가 몇시간도 안남았을 무렵, 빨래가 후두둑 흩어지는 가방 4개를 들고 빛 한 줄 없는 집으로 도착했다. 또 ‘씻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엔 빨지 않아도 되는 속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고 머리부터 물을 맞으며 눈물을 흘려보냈다. 뜨거운 눈두덩이를 볼에 매달고 욕실을 나섰다. 타포린 가방에서 잠옷을 꺼내 입었다. 머리를 밀어넣는데 잠옷이 보드랍고, 향기롭고, 따뜻했다. 잠옷을 머리에 쓴 채 주저 앉아 한참 울었다.
요즘은 빨래를 해다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어플을 검색해보면 되니 여유가 있다면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떤 방법, 어떤 주기로 빨래를 해도 새로 빨래한 옷을 입을 때의 기쁨은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