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핀란드에서 한 달 살기
헬싱키 온 지 1주일 차, 오늘은 월요일이다.
다들 바삐 출근하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우리는 여유로운 관광객 모드로 짧은 외국 여행(?)을 할 계획이다.
헬싱키에서 빠른 배를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을 만날 수 있다.
헬싱키 항구에서 오전 10시 반 정도 배를 타고 가면 12시 반 정도에 탈린에 도착한다.
점심 먹고 설렁설렁 2시간 정도 구경하고 오후 4시에 돌아오는 일정이면 충분한 것 같다.
아이는 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주말에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다녀가는 관광객이 꽤 많아서 붐비지 않는 한가로운 월요일이 좋을 것 같았다.
여유진 관광객의 모드로 트램을 타고 유유히 항구로 향했다.
한가한 월요일
여행하기 좋구나~
에스토니아는 규모는 작지만, 오랜 역사가 있는 나라이다. 구 시가지의 유럽식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 역사의 흔적을 느끼기 좋은 장소이다. 코로나 이후로 원격 근무자들이 머물면서 일할 수 있는 IT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들었다.
https://namu.wiki/w/%ED%83%88%EB%A6%B0
10년 전에 부모님이 핀란드 오셨을 때, 탈린에 모시고 간 적이 있는데,
이제 딸아이와 단 둘이 가게 되니 감회가 매우 새로웠다.
무언가 많이 바뀌었을까?
아이는 좋아할까?
궁금 반. 걱정 반.
안정적인 일정으로 왕복여행을 하고 싶다면 미리 티켓을 사두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에는 아이와 여행을 하는 상황이라 미리 계획하고 사두는 것이 안심이 되었다.
아래 사이트에서 헬싱키(핀란드) - 탈린(에스토니아) 사이를 운행하는 실리야 라인의 티켓을 살 수 있다.
헬싱키 - 탈린 구간 Tallinn syilia 라인 티켓 사기
어른 1, 아동 1(11세) 약 88.60유로 (2024.11.27 기준)
탈린에 도착, 날씨 맑음, 공기 좋음.
걷기 딱 좋은 날이었다.
아이는 신이 났다.
여기가 에스토니아야? 핀란드가 아니네.
우리 다른 나라에 온 거야? 배 타고 올 수도 있구나.
조잘조잘 들뜬 마음으로 자체 생방송 중이다.
여기 항구에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하는지 시간을 챙기는 아이가 왜 이리 든든한지, 마음이 놓였다.
의지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탈린 도착을 신고합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오래된 교회나 성당, 절이 보이면 잠시라도 들려본다.
익숙지 않은 장소에 갔을 때, 만나는 그곳들은 나에게 종교의 상징 이상으로
차분한 목소리로 위로해주곤 했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오랜 과거 시간대에 그 나라의 문화와 이야기를 안고 있는 장소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도 그 경험을 공유해보고 싶었고, 다행히 아이는 그 차분함을 지루하게 느껴하지 않았다.
높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햇빛, 유리창으로 비치는 그림, 아름답고 정교함이 주는 울림이 있었다.
Cathedral of St Peter & St Paul 정보
탈린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로 올라가 볼 수 있는 올라프 교회를 찾아갔다.
사실 처음에는 정말 올라갈 수 있을지 내키지 않았다.
1층에서 안내해 주신 직원분 말씀으로.
교회 꼭대기에는 종과 전망대가 있는데,
약 20분 동안 한 줄로 올라가야 하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혼자서는 아마 도전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이가 생기니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의지를 불태워보았다.
의외로 아이는 끝이 안 보이는 좁은 계단을 씩씩거리며 잘 올라갔다.
막상 올라가니, 뿌듯함과 상쾌함이 밀려왔다.
교회 꼭대기에 올라가서 찰칵하는 순간, 올라와 본 자 만이 볼 수 있는 기가 막힌 풍경이다.
날씨가 워낙 맑아서 저 멀리 온 시내가 또렷하게 보였다.
너는 참으로 멀쩡하고, 나는 후들후들하다.
다리는 아프고, 손이 떨릴 지경,
진정 달달한 것이 필요해...
급하게 구글 맵을 켜고 근처 카페를 찾는다. 평점은 좋고, 가까운 곳으로! 구글의 팬은 아니지만, 대체로 구글맵으로 갈 식당, 카페를 찾으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이번에도 기대를 해보면서 찾아간 곳은 컵 케이크 맛집!
우리가 찾은 카페는 예상과 좀 다른 분위기였다. 사실은 더 좋았다.
Tassikoogid 카페 정보
여기 둘이 앉아서 쉰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여행을 와서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앞에 가득 들어오는 꽃들과 분홍 분홍 뽀샤시한 예쁜 장식들은 아이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
컵케이크 색들은 무지갯빛, 보기만 해도 기분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핑크가 기분을 좋게 할까?" 하는 질문에 온몸이 맞다고 답하고 있었다.
벌써 오후 4시 반, 탈린에 도착한 항구로 돌아갈 시간.
핀란드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다.
탈린에서 헬싱키로 가는 배를 타는 항구, Tallinn D-terminal 위치 정보
아이가 워낙 조심스럽게 시간을 관리해 주어 20분 일찍 항구에 도착했다.
시간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자주 오는 여행의 동반자로 아주 훌륭하다.
배로 쏙 들어오니 마음이 세상 안심된다.
내가 이렇게 조심스러운 성격이었다니, 보호자가 되니 더 실감이 된다.
여행 와서 더 알게 된 부분은 아이가 무척 쿨하다는 것, 걱정을 덜하고, 대담하다는 것!
나와 아이가 다른 성격이라 참 다행이다.
창가 자리에 있는 긴 소파 자리를 잡고 창 밖을 보는 늘어져본다.
이제 이 순간에 딱 맞는 주전부리를 하고 싶다.
와인과 탄산 오렌지, 땅콩, 과자들을 펼쳐두고 야금야금 먹으니 꿀맛이다.
편하게 자리 잡고 음악을 들으며 게임에 집중하는 아이.
멀티태스킹이 제대로인걸?
닌텐도에 몰입 중인 아이의 눈에서는 광선이 나오고 있다.
나 또한 샴페인 한 잔에 몸의 긴장이 풀리고, 솜사탕같이 마음이 말랑말랑 해진다.
오래간만의 이런 여유, 늘어지니 좋다.
6시 반이 다 되어 도착한 헬싱키
오늘 우리 아주 짱짱하게 하루를 보냈지? 엄마도 즐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