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핀란드 한 달 살기
핀란드 헬싱키에 온 지 2주일이 지나고, 1월의 중반이 지나고 있다.
헬싱키를 벗어나 바람을 쐬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우리는 1주일간 스웨덴 스톡홀름 여행을 가고자 한다.
헬싱키에서 Viking Line 대형 여객선을 타고 15시간 동안 바다를 건너가게 될 텐데, 배 안에서 잠을 자고 나면 아침 10시 반 정도에 스톡홀름에 도착하게 된다.
아이에게는 난생처음으로 배 안에서 잠을 자는 경험이 될 것이다.
딸아이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바다를 건너면서 핀란드에서 스웨덴이라는 다른 나라를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 모양이다.
나도 아이와 같이 배를 타게 될 생각을 하니 말랑말랑 흥겨워졌다.
티켓은 핀란드 오기 전 1주일 전에 미리 온라인으로 구입해 두었다.
주말에 출발하는 일정이라 관광객이 많이 몰릴 수 있어 미리 티켓을 사두는 게 안전하다. 핸드폰에 티켓을 다운로드하여 미리 준비해 두면 되었다.
혹시 여행하게 될 분들은 참고해 두시길 바란다.
출발하는 일요일, 헬싱키의 해가 지고 저녁 5시 반이 지난 시간 이미 해가 져서 깜깜하다.
이 시간에 배를 타러 가는 여정이 썩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트램을 타고 항구까지 가니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조명이 반짝반짝 반겨주었다. 막상 Viking line의 배, 신데렐라에 올라타니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기 시작했다.
커다란 신데렐라가 크르릉거리면서 요란한 출발을 했다.
우리는 우선 하룻밤 잠을 자게 될 객실을 찾았다. 2층 침대로 된 아담한 객실. 가성비 위주로 작은 곳을 선택했는데,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덩치가 큰 크루즈라 흔들림은 적어 뱃멀미 걱정은 없었지만, 시끄러운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밤새 이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사히 잘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저녁이 돼서 밤바다를 구경하려고 나가봤다가 거센 바람에 깜짝 놀랐다.
너무 찬 바람이 쌩쌩 불어대니 훅 날아갈 것 같아 기둥만 붙잡고 있었다. 낭만적으로 밤바다를 보겠다는 생각은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배 주변에 펼쳐진 바다는 정말 까맣고 무시무시한 겨울 바다였다.
하늘에 별이 가득 박혀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지만 칼 같은 바람에 오래 버티기가 힘들었다.
이제 고대하던 "밥 먹을 시간"
배 안에서 뷔페 저녁 타임이 시작하고 있었고 우리는 오픈런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한번 이 배를 타본 적은 있었지만 뷔페는 이번이 처음이다.
메뉴들은 모두 크리스마스 파티용 요리들로 준비되어 있었다. 오~~ 와인, 맥주, 콜라 모두 리필 무료무료!
추운 데서 떨었더니 더 배고픔이 몰려왔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그득한 요리들을 보니 식탐이 부풀어 올랐다.
우리 둘은 먹을 수 있는 2시간을 꽉 채워가며 각자의 취향대로 아주 배불리 먹었다.
아이는 각종 치즈, 미트볼, 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여러 번 담아왔고,
나는 화이트, 레드 와인 몇 잔(!)과 함께 미트볼, 훈제 연어, 스테이크, 버섯볶음, 구운 가지, 달달한 호밀빵 등 골고루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배가 흔들려서 그런지 식탁이 조금씩 기우는 것 같고, 몸도 기우뚱거리는 기분이 미묘하게 들었다.
요지경 세상에서 밥을 먹고 있는 듯 여행의 꿀 재미정도로 즐길 수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 걱정 없이 알딸딸한 기분에 잠을 자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휴, 다행!
월요일 아침 9시 반, 우리는 스톡홀름 항구에 도착했다.
배가 슬슬 속력을 줄이는 동안 갑판으로 올라가서 스톡홀름의 겨울 아침을 구경했다.
헬싱키와는 달리 큰 도시의 인상을 가진 스톡홀름의 건물들은 묵직한 목소리로 규모를 뽐내고 있다.
핀란드에 와서 2주가 넘게 계속 흐리고 눈 날리는 하늘만 보다가 푸르게 반짝 개인 아침을 맞이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이 시원했다.
영하 12도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매우 맑음"의 기운이 스톡홀름 여행의 시작에 흥을 돋워 주었다.
우리는 항구 앞에서 버스를 타고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호텔 Clarion Hotel Amaranten로 향했다.
호텔 위치는 중앙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에 가까워서 교통이 편리한 편이었다.
알려진 호텔 체인이라 그런지 샤워부스, 침대 방 상태가 깔끔하니 지내기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헬싱키보다 호텔비는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아이와 3박을 지내는 동안 아침 포함해서 생각하면 지내기에 만족스러웠다.
호텔의 높은 층에 있는 방이었는데, 창 밖으로 옆집의 다락방이 보이고, 창문에 붙어있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이 동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스톡홀름에 숙소를 마련했으니, 이제 바깥 구경을 해보자! 밥도 먹고!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