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핀란드 한 달 살기
호텔 체크인을 하고 뒹굴뒹굴하다가 해가 지기 전에 호텔 근처의 스톡홀름을 들러보기로 했다.
걸어서 20분 거리 내에 스웨덴 국립 미술관이 있어, 흥이 나서 찾아가 보았다.
오늘은 화요일, 보통 미술관은 월요일에 문을 닫는 걸로 알고 있어서 걱정 없이 찾아갔는데...
앗! 미술관은 문을 닫았네?!
미술관은 수요일에 열고, 미술관 안에 있는 기념품을 파는 숍만 문이 열려 있었다.
한 번 와봤으니, 내일은 더 쉽게 올 수 있겠지. 하고 숍 구경을 휘휘했다.
엄마 따라서 20분이 넘게 걸어와서 허탕을 쳤는데도 아이는 크게 짜증 내지 않았다.
그게 더 미안하고, 기특하고 복잡한 심정이었다.
해가 지는 시간이 되니 바람이 더 차지고, 허기가 심하게 몰려왔다.
아침에 배에서 내리고 나서 오후 4시가 다 되도록 아직 한 끼 전이니. 꼬르륵~~~
오늘의 한 끼는 무엇으로 할지? 일단 배가 너무 고프다.
숙소인 클라리온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식사할 곳을 찾는 게 우선이다.
얼른 맛있는 곳을 찾아보자!
구글 맵을 켜고 가는 동선에서 영업 중인 식당과 평점을 열심히 찾아봤다.
다행히 우리가 발견한 곳은 터키식으로 운영하는 피자집. 화덕피자인 것이 분명했다!
꿀벌이 꽃에 찾아가는 듯 홀린 마음으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터키식 피자집 DiWINE (평점 4.0 수준)
터키식 샐러드, 수프, 꼬치구이, 그리고 대망의 화덕 피자들이 메뉴에 있었다.
마르게리따 피자. 아이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부엌 안 화덕에서 구워온 피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거대한 피자 한 판이 아이 앞에 놓였는데, 방금 구워진 치즈가 아주 눅진하게 가득 얹어져 있었고, 베이컨이 가득했다.
식탁에 놓여 지자미자 아이 눈이 반짝거리며 한 조각을 입에 욱여넣었다.
우와. 최고. 다 먹어버릴 거야.!
나는 아이에게 허락을 받고 한 조각 먹었는데, 피자 도우도 쫀득하니 맛있고 치즈가 너무 고소했다.
피자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참~ 맛있었다.
맥주 한 잔과 곁들인 스웨덴에서의 첫 식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꽤나 힘들었던 미리 미술관 길 알아두기 체험을 마치고 호텔로 들어왔다.
우리는 씻고 각자의 콘텐츠를 즐기며 평화로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 왠지 첫날 밤이 지나가는 게 아쉬웠다.
나는 아이에게 스웨덴에서의 첫날을 건배로 축하하자는 제안을 했다.
마침 호텔 1층에 있던 펍이 아이랑 둘이 가도 즐길 수 있는 조용하고 힙한 분위기라 바로 직진했다.
재즈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이는 어른들이 가는 펍에 온 것이 설레는 듯하고, 무알콜 칵테일을 고르는 눈빛에 흥이 가득했다.
아이는 오렌지 주스 맛 무알콜 칵테일, 나는 아몬드 크림이 들어간 바나나맛 칵테일 선택!
둘이 잔을 부딪치며 "여행 잘 왔다!"라고 건배를 했다.
딸아이가 커서 이렇게 바에서 건배를 하는구나, 신통방통하면서 매우 즐거웠다.
진정한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스웨덴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친구보다 더 좋은 여행 동반자, 고마워!
내일 우리 아침 밥 잘 먹고, 미술관 갑시다. 이번엔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