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
비싼 비행기까지 동원해서 원래 가고 싶었던 루트를 가게 된 건 처음이다. 어제는 정말 별 거 안 했지만 이상하게 피곤해 늦게 일어났다. 항상 맞는 아침과 똑같이 노트북을 가지고 1층으로 올라와 인터넷도 하고 담배도 피고 하니 수진 누나가 잠에서 깨어 올라온다.
오랜만에 메일을 체크했더니 잉한테서 메일이 와 있다. 티켓 환불은 카드로 자동으로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고 티켓이랑 여권을 들고 창구에서 확인하고 환불처리를 해야 돈이 들어 온단다. 어차피 누나 티켓도 환불하러 기차역으로 가려고 했으니까 같이 가기로 했다.
티켓을 성공적으로 환불하고 다시 603번 버스를 타고 어제 먹거리가 많던 시장에 들러 밥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생각보다 공항은 컸다. 시안역과 다르게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간단한 국내선 체크인을 마치고 보딩 게이트 안에서 기다렸다. 저녁 일곱 시 오십오 분 비행긴데 너무 빨리 도착했다. 다섯 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또 비행기가 캔슬 될지도 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긴장하며 탑승을 기다렸다.
다행히 제시간에 보딩 사인이 떨어지고 비행기에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예상보다 길어졌던 시안을 드디어 떠난다. 두 시간 비행이라 기대도 안 했는데 기내식도 준다. 거기다 양도 많고 맛있다. 대만족이다. 도착할 때쯤 되니 하늘에서 보이는 땅이 초록색이 아니라 노란 황무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둔황에 온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하늘이 흐리고 꽤 쌀쌀하다. 사막이 있는 이 도시는 햇빛이 쨍쨍하고 뜨거울 줄 알았다.
수화물을 찾아 밖으로 나가 벤을 타고 시내로 갔다. 시안에 있다 여기로 오니 이 작은 도시가 너무 편안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항상 미소 짓고 있고 큰 배낭을 멘 외국인 여행자인 우리를 보고 물어보기 전에 먼저 도와줄까 하고 다가온다. 브로슈어에 있는 YHA 숙소를 찾았다. 깔끔한 외관에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리셉션에는 아무도 없어 잠깐 기다리니 여자 직원이 들어온다.
“숙박이세요? 죄송한데 지금 방이 없어요. 잠시만요”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짧은 통화를 마치고 지도를 보여준다.
“여기도 YHA 숙손데 친구가 하는 곳이에요. 여기서 걸어서 갈 수 있어요. 얼마 안 걸려요. 십분 정도?”
가는 방법을 알려주다 웃으며 그냥 안내해 주겠다고 따라오란다. 밤이라 어둡고 낯선 이 도시를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막상 걸으니 십 분도 안 걸린다. 숙소 앞에 직원이 마중을 나와있다.
이틀 체크인을 하고 남녀 도미토리에 각자 짐을 풀었다. 여긴 생긴지 얼마 안된 것 같다. 하얀 침대 프레임에 손때가 하나도 없이 반짝반짝 한다.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샤워장도 물 때 하나 없이 깨끗하다. 침대도 크고 공용 공간도 넓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갔던 모든 숙소 중에 최고의 시설이다. 밤 늦게 도착해 다들 자나 보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열두 시가 넘었다. 조용히 짐을 풀고 따뜻한 샤워를 하고 하얗고 폭신폭신한 침대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