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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11. 2021

비치 라이프

미리사

“왜 인생을 일 하기 위해 살고 집을 사기 위해 사는거지?”


우리는 동시에 물음표를 던졌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뜨고 일어나 당연한 것처럼 일을 하러 간다. 그리고 일을 하고 나서 집에 와서 좀 쉬다 또 다음날 또 일을 하러 간다. 왜 일을 하러 가는지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듯하다. 먹고 살려면 돈이 필요 하니까?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그리고 생각해보면 돈을 조금이라도 모아서 집을 사려고 혹은 차를 사려고 한다. 아무리 일을 해도 살 수 없다고 판단되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산다. 왜 그렇게 살아 가는 걸까.


“나는 집 없이 산지 벌써 몇 년 됐어. 옛날에 나는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어. 그리고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일을 왜 계속 해야하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때려치고 그 동안 모은 돈으로 고물 캠핑카 하나 사서 개조해서 떠돌아 다니면서 살아”


클라우디오가 말한다. 클라우디오는 머리가 벗겨져서 나이가 많아 보이지만 나보다 세 살 형이다. 서핑을 좋아해서 여기 미리사에서 서핑만 한 달동안 하려고 보드만 하나 들고 왔단다. 그리고 티셔츠 두 장. 팬티 두 장. 그리고 입고 있는 반바지 하나.


하메즈는 나이는 어리다. 24살. 스리랑카에 여행 왔다가 스리랑카의 매력에 푹 빠져 지금 몇 달째 여기 게스트하우스에 일하면서 살고 있단다. 스페인에 돌아가봤자 또 바쁘게 일해야 하고 재미없어서 그냥 여기서 주욱 살아볼 생각이란다. 


여행오면 가장 좋은 이유 중 하나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한국에서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과는 어느 순간 대화가 안되기 시작했다. 이미 결혼을 해서 애 키우느라 바쁜 친구들. 결혼은 아직 안했지만 어디 땅 시세가 올랐다더라. 요즘 새로 나온 차 스펙이 어떻다더라. 요즘 대세 명품 시계는 이런거더라 등등 나는 전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들. 내가 이번에 이런 나라 여행했는데 좋더라 하면 또 나갔다 왔냐 언제 정착할꺼냐는 친구들의 반응. 나는 분명 한국인이지만 한국에 사는 이방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을 더 나오려고 하는 것 같다. 여행지에는 이런 이방인들이 모여있으니까.


그리고 다음날.


콜롬보에서 만난 캐나다 여자애 알리가 미리사로 왔다. 반가움에 인사하고 오늘은 뭐 하지 하고 클라우디오와 함께 셋이서 생각하다 내가 말했다.


“여기와서 진짜 맛있는 커피를 못 마셔본 것 같애. 다 설탕이나 우유가 들어가 있어. 괜찮은 아이스 커피 마시고 싶다. 어디 아는데 없어?”


벌써 미리사에만 3주차인 클라우디오가 말한다.


“내가 전에 발견한 분위기 좋은데 커피도 맛있는 집을 하나 알지. 프랑스인이 경영하는데야. 가자!”


클라우디오가 앞장서서 숙소를 나선다. 나도 알리와 함께 따라 나섰다. 숙소와 해변 사이에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주욱 걸어가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카페가 하나 나온다. 클라우디오를 못 만났으면 여기는 절대 몰랐겠지. 아담하고 예쁜 카페다. 멋진 드레드 머리에 코에 피어싱이 인상적인 프랑스 여자 사장님이 직접 커피콩을 하나하나 갈아서 내어준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본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모습이 보인다. 한입 들이키는 순간


‘캬! 이거지!’



이게 커피지. 한국에서 일할 때는 매일 벤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잔씩은 꼭 마셨었다. 이 더운 나라를 여행 하면서 고소한 아보카도쥬스도 좋지만 이런 진한 커피가 간절했었다.


“클라우디오! 근데 넌 왜 항상 바지만 입고 있어?”


내가 물었다.


“옷이 없거든… 빨기도 귀찮고. 이게 편해”


하고 클라우디오는 웃는다. 맛있는 커피 한잔씩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방에서 낮잠 좀 자다 나오니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역시 클라우디오가 대장같다.


“넬리야 우리 해변에 있는 레게바 갈껀데 같이 가자”


당연히 콜이다. 알리와 클라우디오 그리고 오늘 여기저기 투어를 다녀온 노르웨이 친구들 디노와 헤닝.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났지만 붙임성 좋은 여자애들 알리아와 알릭스까지. 맥주한잔 하며 카드 게임도 하고 신나는 레게 음악 들으며 해변에서 춤도 추고. 행복하다. 



마지막 비치 라이프. 충분히 즐겼다. 내일은 스리랑카에서 제일 예쁜 도시 엘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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