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을 친구가 생겼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오늘은 아침 산책 대신 바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어제 아침과 저녁을 먹었던 같은 곳으로 갔다. 숙소에서 그나마 가깝고 음식도 맛있고 여러 메뉴가 있는데다 주인 아저씨의 미소가 좋았다. 굿모닝하고 인사하니 마이프렌드 하며 반겨주신다. 또 다른 메뉴를 시켰다. 오늘은 치즈가 들어간 오믈렛과 터키식 커피를 시켰다. 역시 터키 음식 중에 맛이 없는 것은 없다. 터키 음식이 입에 너무 잘 맞아서 계속 살이 찌는 기분이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어제 피곤해서 맥주 한잔 못한 게 미안해서 중국친구 싱에게 한잔하자고 하고 테라스로 올라갔다. 아침에 뷰를 보며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은 정말 꿀맛이다. 싱이 짐을 다 싸고 테라스로 올라와 아침을 주문한다.
“넬리, 아침 먹었어?”
“어, 밖에서 먹고 왔지.”
“그래? 여기 조식 포함인데 여기서 왜 안먹어?”
“어?”
숙소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구나. 그것도 모르고 이틀동안 밖에서 아침을 먹었다. 모르면 돈을 써야한다.
욀뤼데니스에 페러글라딩이 전 세계 3대 스팟인것을 듣고 리키안웨이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기 전에 해보고 싶었다. 어차피 리키안웨이의 시작점은 욀뤼데니스에 있다. 싱도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돌무쉬를 타고 욀뤼데니스로 갔다. 돌무쉬는 버스처럼 운영되는 작은 미니벤 같은 거다. 도착한 곳에는 역시나 페러글라이딩을 하는 여행사가 많다.
싱은 나보다 꼼꼼하다. 여행사에 들러서 가격을 물어보고 흥정을 하고 다른 곳도 또 둘러보자고 한다. 나는 처음으로 갔던 곳이 친절해서 조금 비싸도 거기서 하려고 했다. 그래도 가게 두 개를 더 들어가봤다. 마지막 세번째로 간 곳이 딱 원하던 가격이다. 100달러다. 첫번째는 115달러. 두번째 가게는 터무니없게도 150달러에 불친절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세번째 가게에서 하기로 했는데 지금 산에 자전거 경주대회가 있어서 산으로 가는 길을 통제하고 있단다. 한시간 반정도 기다리고 12시 45분에 픽업 차가 오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사장님이 차이티도 주고 배고프다고 하니 집에서 직접 기른 채소들로 만든 죽과 빵도 공짜로 준다. 너무 맛있다.
시간이 되어 픽업 차가 왔고 미니벤에 올라탔다. 가는 길에 비가 왔지만 우리가 갈 곳에는 비가 오지 않을 거라며 안심시킨다. 차로 꽤나 높이 올라간다. 이미 하늘을 달리는 기분이다. 테이크오프 스팟에 갔지만 엄청난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인다. 아주 잠깐 안개가 걷히고 누가 먼저 뛰고 싶냐는 말에 손을 번쩍 들었다. 파일럿은 서둘러서 낙하산을 펼치고 안전장비를 나에게 결합해준다.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고하면 걷고 런하는 순간 뛰어 오케이?”
파일럿 이보의 말대로 걷고 뛰어서 하늘로 날아들었다. 처음엔 안개 때문에 사방이 하얘서 아무것도 안보였지만 이내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발 밑으로 보이는 하얀 돌산과 옆으로 보이는 짙푸른색의 바다가 압도적이다. 네팔 포카라에서 했던 패러글라이딩과는 또 다르다. 좀 더 날아가니 에메랄드 빛의 블루라군도 보인다.
“트릭 원해?”
“예스!”
포카라 때 못했던 트릭도 해준다. 360도 빙글 돌아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든다. 짜릿하다. 사진도 정말 열심히 찍어준다. 그리고 마지막 랜딩까지 완벽했다. 땅에 내려서 싱을 기다리는데 30분이 지나서야 온다.
“넬리 너 뛰어내리고 안개랑 바람이 더 심해져서 차 타고 다른 포인트로 옮겨서 뛰었다.”
다시 페티예행 돌무쉬를 타고 나는 리키안웨이 시작점과 가까운 곳에 내리고 싱은 그대로 페티예로 돌아갔다. 오늘은 버터플라이 벨리에서 잘 생각이었다. 시작점에서 세 네시간 걸린다고 들었다. 시작점에 도착하니 벌써 4시 10분이다.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조금만 걸어도 멋진 풍경이 보인다. 사진을 찍으며 쉬지 않고 계속 걸었다.
한 시간 반쯤 걸었을 때 어제 숙소에서 만나고 오늘도 욀뤼데니스에서 잠깐 만나 나보다 한시간 먼저 출발한 미국인 친구들 보와 미쉘을 따라잡았다. 따라잡은 곳 바로 옆이 캠핑 스팟이었다. 버터플라이 벨리까지 가려다 여기 뷰도 멋져서 같이 캠핑 하기로 했다. 해가 지기 전 얼른 마트에서 산 필라프를 데워 먹고 석양 지는 것을 구경하고 텐트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들어온 텐트는 아늑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