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본가 갈 때 서로 따돌리는 부부
추석 쇠러 혼자 친정 왔다. 이번 추석 연휴가 길지만, 본인이 특별히 가야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남편을 데리고 올 생각은 없다. 친정 갈 때 혼자 가는 게 훨 편하다. 남편이 거추장스럽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다. 한 달에 한 번 씩 자기 부모(내겐 시댁) 집에 갈 때마다 나 없이 혼자 훌쩍 다녀오고 싶어한다. 나와 함께 가는 걸 거추장스러워 한다. 어머니가 나 없이 아들만 오는 걸 서운해하는 눈치라 내가 오히려 매번 나 꼭 데리고 가야 한다고 단단히 이르는 지경.
결혼 15년 넘어가니, 나는 날 좋아하는 어머니 맘 흡족하게 하려고 시댁에 가려 하고, 남편은 스스로 사위 도리 하려고 친정에 가려 한다. 각자 자기가 해야 할 몫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각자 자기 본가에 혼자 다녀오는 게 훨 편하다 보니) 배우자 서로 아무도 제대로 된 며느리/사위가 되도록 관리해 주지 않으니까.
우리 부부도 처음엔 각자 서로의 부모에게 얼마나 잘 하는지에 알게 모르게 신경 쓰며 예민하게 굴었다. 지금의 변화는 세월이란 시간의 힘과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다. 세월은 상대 배우자 가족 문화와 개개인을 이해하기 수월하게 하지만, 시간이 저절로 각자를 자유롭게 만들지는 못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수다.
그 적극적인 태도란 특별한 어떤 말이나 행동이 아니다. 상대 가족이 적어도 나를 이용하거나 괴롭히거나 또는 불행하게 만들려는 사람이 아니라는, 내가 그들에게 좋은 가족의 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만큼 그들 역시 내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그 나름대로 애쓴다는 사실, 아니 애쓰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용기를 내어 마음의 장벽guard를 내리는 것이다.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그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마음의 문이 닫혀 있으면, 그 어떤 사랑도 알아볼 수 없다.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 세월은 자신을, 확장이 아니라, 고립시킨다.
2023.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