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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칠이 일상꽁트 Sep 30. 2016

가을이 물드는 열매, 청도 햇대추

뚜벅뚜벅 취재일기

가을이 오는 것인지, 겨울이 오는 것인지 아침저녁으로 목덜미에 닿는 바람이 서늘하다. ‘춥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걸 보니 계절이 바뀌고 있.

논에는 벼가 익어가고, 사과며 배의 수확 소식이 들려온다. 이맘때 빠지지 않는 과일이 있으니 바로 대추다.

작년 이맘때 햇대추를 만나기 위해 청도에 다녀왔다.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고장 청도에서 산보다 물보다 인심 좋은 농부를 만나 갓 수확한 대추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놈 참

우리가 찾은 날 대추 과수원은 수확작업에 한창이었다. 바쁜 일정 중 일부러 짬을 내 우리를 만나준 농부의 푸근하고 맑은 웃음이 인상적이다. 분주해 보이지만 어쩐지 평화로운 그날의 풍경과 참 잘 어울린다.

키가 작은 편인 대추나무는 성인이 허리를 펴고 걸어 다니면 가지에 머리를 부딪치기 일쑤다. 대추나무마다 매달린 탐실한 대추들은 파란 얼굴을 군데군데 붉게 물들이고 점잖게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시골에서 뛰고 구르며 자란 나에게도 대추는 생소하다. 수확 전의 대추는 처음 보는 터라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농부는 잘 익은 대추 하나를 따서 건네준다.

“드셔 보세요. 아주 꿀맛일 겁니다.”

잘 익은 대추를 받아 들어 어디에선가 본 것처럼 바지에 슥슥 문질러 와그작 씹어본다.

“와~ 달다!”

대추의 당도는 25 브릭스 이상으로 씹는 순간부터 달달함이 그대로 느껴다. 재배방식이나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포도와 바나나의 당도가 17 브릭스라고 하니 대추의 단맛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삭하고 달콤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간    한 번 생대추를    .

  

농부의 구슬땀이 나무마다 주렁주렁

10월의 대추 과수원은 수확을 위한 농부들의 구슬땀이 가득한 시기다.    수확은 무척이나 손이 많이 간다. 

우선 나무 밑에 빈 공간이 없도록 천을 꼼꼼하게 깔아준다. 그리고 고리가 달린 기계를 나뭇가지에 걸고 진동을 주면 나무에 달린 대추들이 깔아놓은 천위로 후드득후드득 요란하게 떨어진다. 그 뒤로 긴 장대를 든 사람이 따라다니며 남아있는 대추를 일일이 털어준다. 지금은 기계가 있어 수확이 어느 정도 수월해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대만으로 대추를 털었다니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터는 작업이 끝나고 나면 이제 여자들이 나설 차례다. 대추 위로 떨어진 잎을 골라내고 일일이 손으로 모은다. 이렇게 모은 것을 자루에 담아 옮겨 농장으로 옮겨 솔질하고 세척한다.    마음이 풍성해지는 수확  끝이 난다.

 

성질 급한 과일, 

수확한 대추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저온창고에 보관한다. 0℃에서 보관을 해도 보관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조금만 오래되면 쉽게 상하고 곰팡이가 피기 때문이다. 생대추는 수확 후 3~4일, 건조용은 15일 정도가 최대 보관기간이다. 그러니 수확 후에도 농부의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

      흔히 차례상에서 볼 수 있는 쪼글쪼글  . 한참 건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기계로 가본다. 기계 주위만 가도 달큼한 대추 향기가 진동을 한다. 누군가 진한 대추차를 끓이고 있는 것만 같다. 건조기의 문을 열어본다. 대추들이 빨간색으로 물들며 잘 건조되고 있다. 파란 대추에 군데군데 빨간 점이 생길 무렵 수확을 해서 건조기에서 48시간을 건조하는데 12시간이 지날 무렵부터 우리가 흔하게 보는 빨간빛의 대추로 변신을 한다.     


생과로 즐기는 햇대추

건조용 대추의 경우는 약간의 상처는 표시가 나지 않으니 어느 정도 기계 수확이 가능하지만 생과이것이 불가능다. 자칫 땅에 떨어져 상처가 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다. 이 때문에 사람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알이 굵고 좋은 것들만 엄선해 하나하나 손으로 수확다. 한 명이 하루를 꼬박 작업해야 고작 50kg 정도를 수확할 수 있고, 보관기간도 짧으니  수확철인 10월, 일 년에 딱 한 달 동안 꼭 보고 지나가야 할  .

 

양심을 속이지는 않는 정직한 농부

“먹거리로 장난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나요.”

친환경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농부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정직한 생산! 
그는 인간의 생활 중 가장 기본인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친다는 것은 절대로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생산은 파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신뢰가 기본다. 요즘같이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망설여지는 순간 자신의 이름만 보고도 믿을 수 있는 그런 농산물을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청도에서 만난 대추는 작지만 단단하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은은하고 깊이가 있었다.
 유리알 같은 매끈한 얼굴에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가만히 느끼게 하고 있었다.
 
너는 왜 무엇처럼 새콤달콤 하지 않느냐고,
너는 왜 무엇처럼 크고 탐스럽지 않으냐고 타박할 필요는 없다.

이 고마운 놈은 1년 내 쉬지 않고 열심히 영글어
농부의 성실한 구슬땀에 조용히 보답을 보내고 있었다.
잔잔한 빛과 맛으로 깊어가는 가을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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