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서담


글을 쓴다는 건,
무너진 채로 살아남겠다는 뜻이었다.


처음엔 그저, 조용히 머무르기 위해 들어간 방이었다.
다정한 말들이 흘렀고, 규칙은 성실했으며,
나는 안심한 채 나를 풀어놓았다.
출신과 나이, 살아온 방향,
쓸모없을 만큼 과한 자기소개까지.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내 ‘관등성명’이었다.
무대에 설 줄도 모르고,
관객 앞에 선 배우처럼.


이 글은 그날의 기록이다.
말보다 문장을 믿었던 내가,
글쓰기라는 방 안에서 조용히 지워졌던 기억을
다시 쓰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주 조심스레 꺼내는 복원이다.


실명은 아니다.

그러나 감정만큼은 모두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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