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가을_덕아웃으로의 초대.

당신의 덕아웃은 어디인가요?

by Juco


우리는 모두 무대를 가진다.

그리고 무대에 오르기 전,
우리는 잠시 무대 뒤에서의 순간을 거친다.


빛난 그라운드에서 두세 걸음 아래. 가지런히 또는 어지러이 놓여있는 온갖 장비와 도구, 여유롭진 않지만 그래도 늘 빈자리가 있는 벤치, 찰랑이는 긴장감에 적당히 소란하고 또 알맞게 부산한, 그 모든 사이를 바삐 누비는 너와 나, 혹은 우리. 이곳은 무대 아래, 때론 무대 밖, 때론 무대 뒤. 그곳에 마련된 오로지 우리의 무대만을 위한 무대.



무대에 오르기 전, 너와 내가 만나던 우리의 또 다른 무대.




옛날. 스스로가 꽤나 어른인 줄 알았던, 그러나 실로 아주 어렸던 나는 몇 번의 무대에 섰었다. 그때의 나는 오매불망 무대 위만을 바라며 준비하고, 긴장하고, 설레거나, 걱정하기 바빴다. 그렇게 오른 어떤 무대는 나름 굉장했고, 어떤 무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했다.


시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무대에 선다. 시험, 사업, 취직이 그렇고, 연애, 결혼, 출산이 그랬다. 뿐만 아니라, 상상도 못해 본 숱한 무대들이 내 앞에 줄줄이 늘어져 있었는데, 걔중 내가 원한 무대는 거의 없었다. 내가 올라야 할 무대는 내가 살아내는 시간에 따라 끊이질 않았고, 뭣 하나 만만한 무대가 없었다. 돌이켰을 때,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나는 여전히 무대 위만을 바라기 급급했다는 것이고, 정작 무대 위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대에 오르기 전 나는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늘 최선을 다했지만(사실 이것도 긴가민가 하지만), 홀가분했던 무대는 없었다(언제나 부족했던 능력 탓도 크지만).


시간이 흘렀고, 하늘의 도움으로 멘탈코치라는 옷을 입고서야. 본 무대를 위한 무대 뒤에서의 살아있는 '진짜 무대'가 얼마나 중요한 지, 그곳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온갖 좋은 것들로 나를 잔뜩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온전한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니 여직 나는 단 한 번도 무대 위에서 온전히 나였던 적이 없었다는 것 또한.


나의 알아차림이 비록 진리와 얼마나 가까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궁금한 것은, 무대 뒤에서 내가 진짜 나로 돌아간 후, 무대에 오른다면 나는 그곳에서 위태롭기보다 홀가분할 수 있을까. 그곳에서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이 호기심이 너에게로 간다면, 또한 너에게도 꽤나 기분 좋은 일이 될까. 하는 것.




우리의 그라운드와
우리의 덕아웃은 어디일까?


팀에서 만난 너에겐 그라운드라는 무대가 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오르기 전, 반드시 덕아웃이라는 공간을 거친다. 그곳에서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너의 무대를 준비한다. 관중이 차고, 막이 올라, 순간이 되면 그라운드에 오른다. 그라운드는 곧 너의 무대, 무대 뒤는 덕아웃이 된다.


우리의 무대는 너처럼 삶의 어느 찰나이기도 하며, 때론 누구나처럼 삶 전체가 되기도 한다. 무대가 어느 쪽이던 우리는 무대 위의 어떤 나를 꿈꾸며, 무대에 오르기 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지긋지긋한 시험, 면접, 테스트가. 공들인 발표, 공연, 프로젝트가. 소중한 사람, 만남, 관계가 우리의 무대라면. 무대 뒤, 덕아웃은 어디쯤일까. 그곳에서 우리는 정성껏 준비해 온 나의 노력들을 한 번 더 살펴볼까. 아니면 온 우주의 힘을 빌어 간절함을 올릴까. 아니면 나를 저 높고 넓은 산과 바다로 보내어, 잠시 고요함으로 떠날까. 아니면 화장실 거울 속을 향해 마법의 주문을 욀까.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을 할른지는 그때그때 가봐야 아는 걸까.




기다릴게요.
당신이 무대에 오르기 전, 당신의 덕아웃에서.


너의 덕아웃은 나의 무대다. 나는 그곳에서 모두가 자신의 아름다움대로 온전한 자신을 입기를 원한다. 나는 내 무대에서 나를 비롯한 모두가 세상에서 유일한 진짜 자신이 되기를 꿈꾼다. 나는 절대적으로, 진짜 나로서의 무대가 가장 찬란함을 믿는다. 나는 절대적으로, 진짜 나로서 무대에 섰을 때, 또 그 다음 무대까지 우리가 한껏 설레일 것을 믿는다.


무대에 오르기 전, 어느 곳에서라도 잠시 덕아웃 타임(DT)에 이르러 우리가 함께 할 수 있기를.







나에게 가장 가까운 무대는 무엇이며, 그 무대에 오르기 전 덕아웃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그곳에 있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무대 뒤의 나는 누구이며, 무대 위의 나는 누구일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일 중 하나는, 어디에 누구를 세울지 우리가 고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경이로우니, 우리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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