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대지와 바다가 서로 대등하게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 나는 펠로폰네소스 해협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의 손이 아닌, 위대한 어머니의 손 모양을 닮았다. 자식을 씻길 목욕물의 온도가 적당한지 확인하기 위해 물속에 담근 어머니의 손.” (p.552)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다. 대상을 바라보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걸. 첫 번째 방법은 사물, 즉 인간이 사용하는 물건을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보는 방법이다. (...) 또 다른 방법은 파노라마로, 더 일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경우 개체 사이의 연관성과 서로에 대한 반응을 네트워크로 파악하게 된다. (...) 신호나 기호가 되어 사진 속에 없는 뭔가를 지칭하면서, 사진의 테두리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을 암시한다.”(p.520)
“내 순례의 목적은 늘 다른 순례자다.”(p.37)
“이번에 만난 순례자는 조각조각 부서진 상태였다.”(p.37)
“이번에 만난 순례자는 밀랍 인형이었다.”(p.191)
“이번 여행에서 나는 샬로타의 섬세한 손길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p.402)
“이번에는 아름다운 필체로 쓰인 글귀가 참나무 선반을 장식하고 있었다.”(p.481)
“오늘 나는 드디어 도착했다. 또 다른 순례자는 지금 플렉스 글라스 속에 담겨 있거나, 아니면 다른 방에서 플라스티네이션 처리가 된 상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p.593)
“카이로스의 경우를 보자. 그는 늘 인간의 시간과 신의 시간이 교차하는 지점, 즉 다시 오지 않을 유일한 기회, 적절한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아주 짧게 열리는 순간이다. 또한 무에서 무로 달려가는 직선이 원과 맞닥뜨리는 바로 그 지점이기도 하다.” (p.579)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 대해 기록할 것이다. (...) 종이 위에 서로를 불멸로 남기고, 서로를 플라스티네이션 처리하고, 문장의 포름알데히드 속에 서로를 담글 것이다.” (p.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