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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 쓰는 트레이너 Apr 16. 2020

설마 '골골 백 세'를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잘못하면 120세까지 사는 시대, 이대로의 몸으로는 곤란하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100세인 유명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100세라는 나이도 놀라운데, 100세가 되던 해에 책까지 낸 사람이다. 바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김형석 박사다. 그는 철학을 전공했고, 이제껏 총 101권의 책을 썼으며, 철학과 출신답게 ‘철학적인 에세이’를 많이 써서 유명해졌다 한다. 요즘은 뉴스를 보면 사람의 기대수명 100세, 120세를 넘어 최근에는 160세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일본 어디 장수마을에서나 100세가 넘는 사람이 많다더라, 정도로만 들어봐서 그런지 그런 말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100세인, 그것도 책까지 쓸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고, 그는 단숨에 나의 ‘롤-모델’ 이 되었다.     


 ‘롤-모델’ 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그의 저서 중 ‘백 년을 살아 보니’라는 단 한 권의 책만 읽었다. 그럼에도 그가 좋은 이유는 그의 건강관리법이다. ‘백 년을 살아 보니’를 보면, 장수 비결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운동’이라 답했다. 여기까지는 뻔한 것 같았다. 그러나 운동을 시작한 목적이 건강이긴 하지만 건강 자체가 목적은 아니며, 진짜 목적은 ‘일하기 위함’이었다는 말이 참 멋져 보였다. 목적이 뚜렷한 사람은 꾸준히 할 수밖에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생활 자체가 운동을 동반하는 습관이 되어야 한다.”(P.244)는 말에서 나는 큰 울림을 받았다. 나는 김형석 교수를 보면서 정말로 백 세까지 산다면, 책을 내진 못해도 책을 제대로 읽기라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하지만 나를 보나, 내 주변을 보나, ‘우리가 진짜 100세까지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헬스장은 궁극적으로 건강을 위해 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트레이너들은 회원과 처음 만나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프로그램 설계를 위해 ‘운동 전 설문’을 진행한다. 대부분 그 결과는 처참하다. 백세 시대 같은 것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모든 나잇대에서 목, 허리 등 근골격계 질환 한두 가지는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고, 40대가 넘어가면 성인병은 옵션 수준이며, 중장년층은 따로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이 없다면 상을 줘도 될 정도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없으면 가장 좋겠고, 전혀 해당 없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건강하다’라고 단언할 정도의 사람들은 드물었다.     


 무엇보다 운동 전 설문을 했을 때 가장 속상한 점은 영양제는 하루 동안 먹는 반찬 수보다 많이 챙기고 몸에 좋다는 것은 해외직구도 서슴지 않으면서, 운동시간은 한 끼 식사시간보다 짧거나, 하루에 만 보는커녕 천 보도 안 걷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영양을 챙기는 이유는 신체 대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신체 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좋은 것을 챙기는 이유는 활동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활기찬 활동을 위해서는 체력이 가장 중요하고, 체력을 위해서는 원료 격인 영양소보다 그 쓰임새에 해당하는 운동이 더 중요하다. ‘저는 평소에 많이 움직여요’ ‘저는 하도 일이 많아서 피곤해서 매일 밤 쓰러져요’ 하는 사람들 많다. 하지만 운동은 일상 활동과 또 다르다. 운동은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신체 활동이다.      


 “그렇다고 밥 먹고 운동만 할 수는 없잖아요?” 70대 중반의 한 회원의 재활 트레이닝 중이었다. 매번 운동을 강조하는 내게 그는 항의하듯 따졌다. 원래 같았으면 못 이기는 척 넘어갔을 텐데, 매번 이야기해도 매번 흘려듣고, 그러고는 점점 더 아프다는 그에게, 그날은 일부러 강하게 어필했다. 70년을 수리, 보강 한번 안 해주고 부려먹기만 한 몸이 이 정도 해줬으면 대단한 거라고, 이제는 좀 돌봐야 한다고 했다. 밥 먹고 운동만 할 순 없지만, 이대로라면 밥도 스스로 먹으러 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더 센 척해버렸다. 상대적이든 절대적이든 고령일수록 운동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아진다. 그래서 고령의 운동은 선택조차 쉽지 않다. 오래 쓴 기계는 새로 사는 것보다 수리비가 더 나오듯이 운동의 시작이 늦어질수록 예방은 물론이고, 치료도, 회복도 더뎌진다. 예전에 한 회원은 이제 수술도 불가능하다고 아프더라도 운동하고, 관리하면서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의사의 말에 충격받아 불면증까지 겹친 적도 있었다. 그때가 되면 늦다.     

 

 더구나 요즘의 2~30대들이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보다 더 걱정된다. 어르신들이 2~30대 때는 나타나지 않았던 증상들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많다. 여기에 어르신들만큼 나이까지 들게 되면, 이들이 더 건강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람의 수명이 100세라고 정해져 있다고 가정할 때, 지금의 중장년층은 3~40년 정도만 더 살아가면 되지만 청년들은 최소 70년이다. 요즘은 60부터 시작이라는 데 시작하기도 전에 병원부터 가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2018년 통계청의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 그중 건강수명은 64.4세라 한다. 백 세 시대가 왔다 해도 잘못하면 골골대며 병원에서 약 18년을 지내야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운동 안 해도 되지만 누구는 백 살까지 건강하게 살고, 나는 병원에 누워 ‘죽지 못해 산다’라면 엄청 억울할 것 같다.      


 ‘건강 체력’ 요소 첫 번째가 근력운동이니 따로 시간을 내면 가장 좋겠다. 근육운동을 한번 하면, 그 효과가 완전히 무효가 되는 데까지는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주말을 이용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만 하면 유지라도 할 수 있다. 그게 어려우면 매일 식사시간 전에 스쿼트 10개라도 해 보길 권한다. 분명히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또 요새는 유튜브에 좋은 영상이 많으니 미래에 투자한다 생각하고 하루 20분만 내서 ‘타바타 운동(짧은 시간 고강도 운동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직장인들에게 인기)’을 하는 것도 괜찮다. 걷는 게 좋으면 밥 먹고 산책이라도 좀 하고, 티-타임에 목이나 허리 스트레칭이라도 하면 좋겠다. 하다못해 자기 전이나 기상 직후 스트레칭이라도 하면 도움이 된다. 자전거, 수영, 달리기 및 걷기 등등은 당연히 환영이다. 물론 개인의 생활 및 신체상태에 따라 가능한 운동, 피해야 할 운동이 다르겠지만 내 말은 운동을 뒷전으로 미뤄두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운동이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나 나이는 들고, ‘골골 백 세’는 아무도 원치 않는다. 진짜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몇 살까지 살게 되더라도 운동을 통해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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