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은 성향에 맞는 운동을, 건강을 위해 즐겁게 하는 것에 의미가있다
한때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던 스포츠 스타들이 모여 ‘축구’를 한다는 콘셉트의 ‘뭉쳐야 찬다 - 전설들의 조기축구’(이하 ‘뭉찬’)를 즐겨본다. 이 프로그램의 개그 포인트는 그 대단했던 전설들이 축구를 ‘못’한다는 점에 있다. 볼 때마다 “진짜 자기 종목만 잘하는구나”를 연발하는 남편 옆에서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의 마음으로, 꿀 먹은 벙어리를 자처한다.
전문 스포츠와 생활체육은 운동의 목적부터 갖추어야 할 자질까지 완전히 다르다. 전문 스포츠는 '전문 선수'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며, 종목마다 요구하는 운동 신경, 타고난 체형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생활체육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평생동안 해야 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자신의 성향, 생활패턴, 흥미가 훨씬 의미있다. 또한, 전문 스포츠를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활체육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 종목을 오래 해 온 사람일수록 취미로 하는 운동은 더 엉망일 확률이 높다. 긴 시간 동안 해 온 만큼 근육과 신경이 맞춰져서 발달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똑같다. 웨이트를 제외하고 구기 종목, 스트레칭에 중점을 두는 운동은 창피할 만큼 엉망진창이다.
5년 전 여름, 정말 큰마음먹고 ‘요가’를 잠깐 배워봤었다. 평소라면 배우지 않았을 텐데, 이곳저곳 된통 아파서 찾은 정형외과 의사의 말에 겨우, 마음먹었다. 요가에 일자무식이었던 나는 스트레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살면서 내가 경험해 본 운동 중에 가장 힘든 것이 요가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레슨 한 타임이 걸리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늘려야 하고, 얼마나 꼬아야 하며, 10초는 왜 그렇게 긴지, 정말로 몸이 ‘뜯겨나갈’ 것 같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담당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운동복은 쓸데없이 화려하고, 첫날이라 빌려 쓴 매트를 빨래라도 할 기세로 땀을 쏟아내는데 그 모습을 못 보는 게 더 어려웠을 것 같긴 하다. 억겁 같던 한 시간이 지나가고 나오는 데, 마치 학창 시절에 간 수련회에서 받는 기합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 것 같았다. 빡빡하게 굳어있는 몸을 푸는 운동으로 요가가 효과적인 것은 인정하지만 줄곧 시계만 보게 되고 재미가 없었다. 할 때마다 러닝머신 30분 뛴 것에 버금가는 땀이 났고, 등록한 기간이 있으니 열심히 하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두 번 다시 재등록은 없었다. 만약 어른이 되고 전문적으로 배운 첫 운동이 요가였다면 ‘건강한 언니’ 같은 닉네임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회원들을 봐도 맞는 운동은 따로 있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분명 근육 컨트롤에 재능이 있는데 웨이트에는 영 취미를 못 붙이다가도, 어느 날 보면 G.X(그룹수업) 줌바 시간에 센터에서 격정적인 춤을 추고 있다거나, 개인 PT를 1년이 넘게 받아도 스쿼트 15개를 잘 못 하는데 자꾸 피트니스 대회가 목표라는 회원도 있었다. 생활체육은 확실히 그 사람의 흥미, 성향, 생활패턴에 따라, 잘하느냐, 오래 하느냐가 정해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나는 웨이트가 내 성향과 찰떡이었다고 생각한다. 숫자로 표시되는 무게는 근육이 얼마나 자랐고, 얼마나 늘었는지 알려주는 성적표 같았고, 어제보다 하나 더 들었다는 성취감은 내일도 운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수치로 정확하게 볼 수 있고, 내 성장을 꾸준히 알 수 있으며, 뭐든 혼자 하고 혼자 책임지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는 ‘소울메이트’ 만큼이나 잘 맞았다. 반면에 운동을 통해 심신의 긴장을 풀고 싶거나, 굳이 운동까지 숫자로 매기고 싶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요가, 산책, 실내 유산소 같은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편 회원들의 직업에 따라 선호하는 운동 종목이 나뉘는 경향도 자주 봐왔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냐 주로 혼자서 업무를 보는 직업이냐에 따라 즐기는 운동이 나뉘었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회원들은 스스로에 집중하는 운동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주로 웨이트, 필라테스, 요가 혹은 클라이밍, 싸이클 같은 종목의 흥미를 보였다. 반면 보통 혼자서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을 별로 대하지 않는 직업의 회원은 웨이트를 하더라도 활동적인 동작, 각종 GX(그룹 요가와 필라테스도 포함), 혹은 동호회에 참여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듯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고, 8년간 만난 회원들과 동료들이 관리했던 회원들의 이야기다. 당연히 ‘나는 아닌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당신이 이렇다면 이런 운동을 해라’가 아니다. 생활체육에는 운동 신경이나 재능이 중요하지 않으니 무조건 ‘난 운동 신경이 없어’ 하고 피하기보다는 자신의 성향과 생활 패턴을 고려해서 운동을 시도해보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더불어 트레이너로서 회원들을 관찰해보니 이런 성향에 이런 운동이 잘 맞는 것 같으니까 참고하란 뜻이다.
대신 마지막으로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생활 패턴과 운동 종목의 관계를 알려주려 한다. 바로 아침형 사람과 저녁형 사람, 각자 더 효과를 보는 운동을 공개한다. 아침형 사람은 낮 시간대 중에서도 오전엔 유산소 운동, 수영이나 러닝머신, 산책, 자전거 타기 등이 좋다. 오후에는 조금 더 많은 근력이 요구되는 웨이트라던가 클라이밍 등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이 의외로 컨디션 조절에도 좋다. 반면 저녁형 사람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낮 시간대에 요가나 스트레칭과 같은 정적이면서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선택하고, 저녁 시간에 고강도 운동을 한다면 훨씬 효과적이다. 대신 두 유형 모두 잠들기 2시간 전엔 운동을 끝내는 것이 숙면, 체력 증가, 근 성장 등 각 운동 목표에 좋을 것이다. 각 운동에 필요한 호르몬들이 많이 분비되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며, 특히 운동하는 사람의 활동과 수면 시간대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 이야기이므로 믿어도 좋다.
운동을 못해도 좋다.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알아두었다가 언젠가 운동을 해야겠다 결심했을 때, 뭘 해볼까 고민할 때, ‘아 맞다 그런 말 들은 적 있었지’ 하고 생각난다면 좋겠다.
‘뭉찬’에겐 축구가 생활체육이다. ‘팀 이름도 ‘어쩌다 FC’다. 정말 어쩌다 시작한 축구인 데다가, 자신들의 성향이나 흥미도 고려되지 않았다. ‘뭉찬’이 축구를 못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우리의 기대는 전설들에 대한 욕심이다. 생활체육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건강을 위해 즐겁게 하는 것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