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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Jul 12. 2020

실패 전에는 누구나 계획이 있다.

원래 인생은 실패의 연속.

나의 인생에서 내 뜻대로 된 일이 얼마나 될까?

일일이 새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성공한 일보다 실패한 일이 더 많았을 거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이 그렇다.


멀리 갈 것 없이 월급날이 되면 늘 그럴듯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요번 달에는 알차게 썼다고 생각할 때쯤 변수가 발생한다. 

자동차에 하자가 생기거나, 갑자기 병원 갈 일이 생기거나...

그렇게 한 달 계획은 또 2% 부족한 실패로 끝난다.

'누구나 실패하기 전까지는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 중 하나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이 이 문구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나도 한 때 내 계획이 완벽하다 믿어 의심치 않던 시기가 있었다.


난 원래 그다지 시험 운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수능도 원래 내가 받았던 성적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4지선다형식 시험보다 서술형 시험이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4지선다형, 5지선다형이 대부분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 내가 어느 공모전에 합격했을 때, 그 기쁨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두 번째 도전이었는데 밤을 세가며 준비했던 첫 번째보다 가볍게 준비했기에 합격의 기쁨은 두배로 컸다.

그러나 그 기쁨은 짧았고 곧이어 현실의 갈림길에 서야 했다.


당시 난 서둘러 진로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불안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될지 모르지만 된다면 남들과 같은 안정적인 길.

그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던 나는 첫 번째 길을 선택했다. 


'이왕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공모전에 붙은 걸 보면 소질이 없진 않은 가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에 맞춰 새로운 계획도 세웠다.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처음부터 하나까지 모든 게 삐걱거렸다.

계획은 끊임없이 연기되고, 변경됐다. 

함께 일하기로 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켰고 새로운 사람을 찾는 데도 몇 개월이 걸렸다.

점점 생계까지 힘들어지면서 하루하루가 괴로웠고 지옥이었다.


과정도 꼬였지만 나의 능력도 내 계획에 비해 초라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결과물은 아쉽게 끝이 났고 난 '실패'했다.


이후에도 한 번의 기회가 더 생겼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실패로 받은 상처가 너무 커 더는 버틸 힘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그 길을 떠나 평범한 길로 돌아섰다.


실패를 겪으며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고통을 겪었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고, 무의미한 시간낭비라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그 실패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난 지금도 운이 좋은 편이 아니다.

오늘도 의도하지 않은 지출이 발생해 쓰린 속을 달랬다.

직장 일도 여전히 계획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괴로워하거나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는다.

뼈저린 실패를 통해 내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오는 실패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런 실패는 그저 그때가 지나가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실패를 극복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실패를 덤덤히 받아들이고 무던히 넘기는 것.

 억지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학대하지 않는 것.

이것이 지난 실패를 통해 뼈저리게 배운 교훈이다.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인정받는 인물들도 하루에도 수십 번의 실패를 한다.

아내와의 기념일을 까먹어 난감한 상황에 처하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거나, 갑자기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건 인간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은 겪는 일이니까.

이런 소소한 것 또한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크게 보면 하나의 실패다.

결국 모든 인간은 늘 실패하며 살아가는 거다.


그러니 우리가 겪는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실패한 자신을 자학할 필요도 없고, 불가능한 것이 명확함에도 기를 쓸 필요도 없다.

나를 학대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는 것, 인내하는 것 이것도 실패를 넘어서는 하나의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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