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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Jul 09. 2019

레소토에서 생겨나는 희망의 씨앗들

무추마을에 모델 유치원을 만들다.

디피링 마을에서의 2년의 시간을 보낸 후, 레소토에 더 남아있기로 결정하였다. 어쩌면 지난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을 20대 젊은 날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으로 간직하고 한국에 돌아가 현실에 정착할 수 있었는데 내 결정은 조금 달랐다. 아직은 이 젊음의 기회를 더 살리고 싶었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을 봤을 때 2년이라는 점을 찍었을 뿐, 하나의 연장선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몇 년을 더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자원활동가의 역할을 넘어서 활동가들을 관리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신분으로 다시 레소토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한 곳의 마을에 정착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관리자로서 기존의 사업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업장 두 곳을 발굴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레소토 유네스코국가위원회로 매일 출근하며 ‘나 혼자만의 사업’ 혹은 ‘한국의 사업’이 아닌, 레소토 국가 내 파트너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사업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레소토 내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교육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 그것은 결국 나의 역할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역할도 아닌 바로 레소토 정부의 역할이었다. 


레소토 교육부와 레소토 유네스코국가위원회의 협조는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그 동안의 수많은 해외 원조를 받아왔지만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지역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서 사업을 만들고 주민의 참여를 중요시 하는 우리의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레소토 정부의 도움으로 디피링 마을에 이어 또 다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마을 두 곳을 선정할 수 있었다. 레소토 정부의 예산이 한정되어 있었기에 우리가 사업을 진행할 당시, 가장 정부의 지원이 미약한 지역을 우선으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또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수도와의 거리, 지역리더십 구조, 마을 활용 가능한 자원 등을 철저히 검토한 후 새로운 사업장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무추마을 (Ha-Motsu) 유치원 건립을 위한 기공식 행사날, @Juyapics, 2016



5명의 학생에서 90명이 넘는 학생으로 동네 가장 유명한 유치원이 만들어지다.


수도 마세루에서 비교적 가까운 마을인 무추마을 (Ha-Motsu)은 굽이굽이 가파른 산길을 달리다 나타나는 동네이다. 전기와 수도 시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설치한 공용 물 펌프 시설 역시 오랜 기간 고장이 난 후 방치된 상황이었다. 차로 약 30분만 가면 모든 서비스가 갖추어진 도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마을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곳에도 아이들은 존재했고 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디피링 마을에서 시작한 것과 동일하게, 만 2~5세 유아들 학부모들을 먼저 조직하고 학부모 운영위원회 결성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다행히 무추마을에서는 이미 소규모로 유치원 교육이 비공식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유아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마을 내 교사가 본인의 작은 집에서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무료로 봉사하는 중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디피링 마을에서의 사업규모보다 훨씬 크게 준비된 이번 작업은 마을 내 지역 주민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지역학습센터를 건립하는 것이었다. 또한 레소토 국가 내 모델유치원 건립을 위한 꿈을 가지고 건축사업이 시작되었다.


무추마을에서 유치원이 건축되고 난 후, 새로운 소식이 찾아왔다. 한국의 대기업 중 하나인, 현대그룹 내 식품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그린푸드 측에서 아프리카 지역 아동들을 위한 교육 개발사업에 지원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레소토 국가 내 ‘모델유치원’ 건립을 목표로 하고 이미 유치원 건물이 완공이 된 무추마을에 꼭 필요한 사업을 제안할 수 있었다. 


바로 유아 아동들을 위한 급식소 건축이었다. 당시 대규모의 원조에도 불구하고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식량을 지원하기 보다 교육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사업이념에 대한 공감으로 현대그린푸드의 지원이 결정되었다. 무추마을 아동들의 안전한 식사를 위한 위생적인 급식시설을 구축하고 향후 균형적인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지원까지 총 2년에 걸친 사업이 시작되었다. 


사업이 시작되고 나서 그 진행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당시 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한국과 레소토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며 사업의 총 진행과정을 책임지고 담당했다. 먼저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이 제한되어 있는 시골마을에 급식소를 설치하는 데 어려운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방시설 설치에 필요한 전기시설과 급식소 운영에 필요한 상하수도 설비 구축작업이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했다. 전기가 없는 마을에 급식소 내 기본시설인 싱크대와 냉장고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할까? 단순한 급식제공을 넘어 아이들을 위한 보건, 영양, 위생 교육을 위한 작업에 식수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태양광 자가발전장치를 설치하여 전기시설 및 수도시설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태양광 발전장비 사용시 생길 수 있는 유지 및 보수 부분에 따를 위험을 감수하며 주민들의 관리와 감독 하에 설치가 완료되었다. 싱크대가 완성이 되고 부엌기기들을 구입 완료하여 제법 급식소 내 부엌시설이 갖추어 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운영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분명 현대그린푸드 측에서 처음 1년은 급식시설 구축을 위한 지원, 향후 1년은 균형적인 식사가 가능할 수 있게 식재료 지원이라는 명확한 사업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근처 구멍가게도 찾아볼 수 없는 시골마을에서 식재료를 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차를 이용하여 매일 30분씩 도시로 나가 식재료를 직접 구해오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이 방법이 과연 가장 올바른 선택은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왜냐하면 1년 후, 현대그린푸드 사업지원이 끝난 후는 급식소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업이 종료가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급식소가 운영이 될 수 있기 위한 재료 조달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 바로 주민들 스스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농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에 대한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었다. 주민들이 직접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식단 제공을 위한 작물을 기르고 가축을 사용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이에 더 나아가 다른 지역과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통한 마을 내 빈곤 해소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육이 시작되었다. 누가 과연 급식소 건축에 텃밭과 가축 우리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하겠는가? 


‘교육’이란 바로 이렇게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스스로의 자립과 성장이 가능하도록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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