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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Apr 26. 2019

촛불 하나로 밝혀져 가는 나의 꿈들

레소토 떼꼬마을 성인문해교실 


저녁 7시, 해가 지고 난 후 깜깜한 하늘에 보름달 가까운 달이 밝히는 빛이 전부인 떼꼬 마을. 저 멀리 지역학습센터에서 붉은 빛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2명의 문해강사 선생님들이 먼저 교실에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7시 30분쯤,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전과 낮 시간에 고된 일을 하고 저녁에야 시간을 내 공부를 하러 오는 것이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은 요즘의 우리에게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권리이자 의무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도 학교에 다니고 배움의 습득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이곳의 ‘학생’들은 레소토에서 초등교육이 무상으로 이뤄지기 전,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학교 다니는 일이 ‘사치’일 뿐이었던 30여 년 전에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이다. 학교를 다닐 기회를 얻지 못하고 훌쩍 커버린 그 ‘아이’들에게 이제 다시 배움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가장 늦게 문해교실에 참가한 학생으로 은따떼 모에나(Ntate Moena, 37세) 역시 어릴 적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문해교실에 참가한 지 1주일이 조금 넘었어요. 그 동안 내 이름도 쓸 줄 모를 정도로 글을 전혀 읽고 쓸 줄 몰랐어요. 지금은 연필을 잡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선을 따라 반듯하게 모양을 그려나가는 것까지, 차근차근 글을 익혀 나가는 중이에요.”



그는 집 짓는 기술을 온몸으로 익혀 일을 나가고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마다 늘 고민이었다고 한다. “중요한 문서에 직접 서명을 해야 할 때마다 내 이름도 쓸 수가 없으니 늘 힘들었지요.”


그와 함께 공부하는 은다떼 쩨까(Ntate Tseka, 39세)는 그래도 글 쓰는 법은 이미 익힌 학생이다. 하지만 읽는 것이 유창하지 않기에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집안 형편으로 6학년까지 다니던 초등학교를 끝내 졸업하지 못했던 그는, 하떼꼬 마을에 지역학습센터가 생기고 문해교실이 운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꼭 놓치지 않겠다.”며 수업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약 두 달의 시간 동안 꾸준히 문해교실에 참가하면서 글을 읽고 쓰는 법을 익혀나갔고 지금은 셈을 하는 준비단계로 숫자를 익히고 있다.  

Ha-Teko village @Juyapics, 2015


“저는 손으로 하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어요. 가구를 만들고 바닥타일을 설치하는 기술이요. 하지만 제가 가진 기술들을 발전시켜 더 나은 직장을 찾고 싶었지만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늘 어려움이 있었어요. 글을 읽고 쓸 줄 알아야 하는데 기초교육을 위해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갈 수는 없었지요. 이제는 제가 그 동안 이루지 못한 꿈에 다가갈 수 있게 되었어요.”


레소토 교육부 내 문해교육 담당, 원거리교육부서에서 직접 제작, 발행하는 현지어(세소토) 1,2,3권, 영어 1,2권, 산수 1,2권으로 이루어진 교재로 공부하고 있는 이들은 나중에 시험에 통과하면 졸업식과 함께 수료증을 취득하게 된다. 비로 정규 학교 과정과는 다르겠지만 이렇게 뒤늦게 배움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맞춤식 교육이 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밤 9시 무렵까지, 깜깜한 어둠을 밝힌 촛불 아래서 늦깎이 학생들의 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그야말로 주경야독,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촛불과 함께, 그들의 가슴 속에도 더 큰 꿈들이 점점 더 밝게 형체를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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