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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Feb 14. 2020

서열

 맞짱 뜨기를...

  귀촌하면서 닭 13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8개월이 지나자 알을 낳기 시작했다.

수탉이 4마리나 되어 싸움이 그치지 않으니 마당은

 늘 소란스러웠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가니까 암탉들이 알을 품고

앉았으나 한 달이 되어도 부화되지 않아 품었던

알들을 몇 번이나 마당에 파묻었다.  


저희들끼리 싸워서 암탉 한 마리는 벼슬이 너덜너덜하여

제일 비주얼이 빠졌다.  

하지만 혼자 부화에  성공하여 우리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가 5마리였으나 들고양이가

 물어가고 떨어져서 죽고 하여 세 마리만  살아남았다.

어미가 살뜰하게 보살폈다.  누가 가까이 가면 새끼 해코지할까 봐

부리로 사정없이 쪼고 토끼가 나타나면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어서

그 기간에 토끼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집이 산 밑이어서 지네가 많이 나왔다.  우리는 잡아서 육아로

힘든 어미에게  갖다 주면 어미는 부리로 쪼아서 도망가지 못하게 

해 놓고 새끼들을 먹였다.  



새끼가 다 먹도록 지켜보는 어미를 보면서 모성애에 감탄했다.

병아리들이 커서 중닭이 되니까 어미는 새끼들을 독립시키고 

무리 속에 섞여 먹이를 찾아먹으며 육아를 끝낸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새끼들은 먹이를 먹을 때 다른 암탉들이 쪼아니까 엄마 세대들이 

다 먹으면 먹었다. 나름 생존 법칙을 잘 지키며 살고 있었다.


  인기척이 나면 잽싸게  새끼들을 제 깃털 속에 숨기고 품던 어미는  

다른 암탉들이 새끼들을 모질게 쪼아도 편들어주지 않 한 마리의 

개체로서 각각 삶을 이어 갔다.

 어떤 면으로는 인간이 닭에게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기대고 부모는 결혼을 시키고도 간섭하며

 도움을 주려고 한다.


작년 추석에 성계가 된 수탉 한 마리와 늘 서열 다툼을 벌이던 1세대

수탉 두 마리를 잡았다. 

새벽 3시부터  하루 종일 경쟁적으로 울던 서열 1,2번이 없으니

세상이 조용했다.

암탉 9마리 수탉 한 마리가 남았다.


시간이 흘러 모성이 지극한 암탉이 또 부화에 성공하여 병아리가

다섯 마리가 나왔다.

다섯 마리가 잘 먹고 잘 놀았는데 아침에 닭장에 가보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죽은 원인을 모른 채 파묻어 주고 네 마리 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김매다가 메뚜기가 보이면 잡아서 갖다 주거나 푸성귀도 

 어미에게 자주 줬다.  

세 마리를 잘 키워낸 어미는 네 마리도 잘 보살폈다.


몇 개월이 지나자 네 마리는 독립하여 지들끼리 몰려다니며 벌레도 

잡아먹고 여름에 구덩이를 파고들어 앉아 흙 목욕도 즐겼다.

먹이를 먹을 때 사나운 암탉들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했지만 

잘 지내고 있었다.


두 달 전에 닭 울음소리가 심상찮아서 나가보니 

형제보다 덩치가 큰 새끼 닭수탉이 공격하여 깃털이

 빠진 꽁지에서  피가  뚝 뚝 흐르고 새끼 닭은 담벼락

구멍에 머리를 처박고 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수탉을 쫓아내어 새끼 닭과  분리시켰다.  그런데

공격당한 새끼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집 주변을 샅샅이 뒤졌느냐 찾지 못했다  

 피 냄새를 맡고 산짐승들에게 해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스럽게 해가 넘어갈 무렵  돌아온 닭은 그물  쳐진 닭장

 천장으로 올라가서 지형제들하고 머리를 맞대고 자고는

이른 아침에 사라졌다.

수탉이 무서워서 집에는 오지 못하고 산 덤불 속에 숨어있었다.

 겨울이라 풀도 바싹 마르고 물도 없어 잡아서 집에 데려 오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낮에는 꼭꼭 숨어 있다가 해가 지면 닭장 속에는 못 가고

천장 위에서 자고 이른 아침에  산으로 가기를 며칠 반복하더니

산에서 내려왔다.

수탉 때문에 마당 가장자리를 맴돌다 정자 마루판 밑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

일단 가출하지 않아서 안심이 되었다.


수탉은 여전히 공격하였고 새끼는 쫓겨 다니느라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숨기 바빴다.

2주가 지나서야 수탉이 사정없이 공격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벼슬이 지 형제들보다 크게 올라왔다

수탉의 모습이 갖쳐지고 있었다.

한 나라에 두 임금이 없듯이 수탉이 수탉을 견제한 것이다.  

본능적으로 아는 모양이다.

굶고 쫓기는 것이 불쌍해서 다른 닭들은 닭장 속에

가두고  새끼 수탉만 마당에 두고 먹이를 챙겨 주었다.

그러면 큰 수탉은 깃털을 세우고 왔다 갔다 안절부절이다


"많이 먹고 커서 맞짱  떠"   격려를 해준다.


닭들을 거느리고 시금치 밭을 헤집고 뒷산까지

마실 다니던 수탉과 암탉들은 보름째 갇혀 있다.

그래도 수탉은 서열 1위로서 위풍당당하다.


남편은 새끼가 큰 수탉을 뛰어넘지 못할 거라지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새끼가 커서 맞짱  뜨는 날을

그리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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