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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Feb 13. 2020

갯것 하기

우럭 조개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인천 공항에 내려 딸 집에서 하룻밤 자고 뒷날 집에 내려왔다.

돌산대교를 지나면서 무슨 일이 없는지 집을 점검하듯 바다를 유심히 봤다.

오늘 같이 물이 많이 빠진 것을 보지 못했다.  바다의 속살 같은 갯벌이

드러난 것을 보고 무슨 일이야?

정월 대보름이라서 많이 빠졌나 이웃 마을 갯벌에 드문 드문 사람들이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다.


우선 닭과 고양이를 살폈다.  닷새를 혼자 보냈을 고양이가 제일 걱정이었다.

시작은 아버지께 부탁해서 중간에 똥도 치워주고 밥도 주셨지만

"구찌야 부르니 반갑게 달려든다.

털을 비비고 졸졸 따라다닌다.

짐을 풀어 정리하고 여독도 풀리지 않은 뒷날  장화를 신고 양동이, 호미, 삽을

 들고 바다로 갔다.

바닷가에서 하는 행동.  캐거나 잡거나 바다 말을 채취하는 행위를 여기서는

갯것이라고 한다.

남편도 어릴 때 해보고 몇십 년 만에 하는 거라 조심스럽게 조개 구멍을 찾았다.

구멍이 동그란 것은 '속' 구멍이고 타원형이면 우리가 찾는 우럭조개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갯벌을 두드리자 타원형 구멍이 생겼다.  타원형을 중심으로 가장자리를 팠다.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둑을 쌓으면서 파 들어가면 조개가 세로로 서있었다.

처음으로 큰 조개를 캐보는 거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남편의  어린 시절에는  굴 채무장이 없었고 모래사장도 있고 갯벌도 넓어

 조개, 낙지가 많았다고 했다.  굴 양식장 때문에 갯벌이 많이 황폐화된 것 같아

 안타깝다.

늦게 가서 잡았는데도 많이 잡았다. 반 바께쓰를 잡았다.

 해가 넘어가고 어둑해서야 집에 돌아왔다.

바닷물에 젖은 손이 시리고 어깨가 아팠지만 새로운 경험과 굵은 조개들 때문에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왔다.

깨끗이 씻어 해감을 하게 하려고 양동이에 소금을 넣고 검은 비닐을 씌어놨다.

몇 개만 구이를 해 먹자 하여 그릴에 구웠다.  맛은 있는데 모래가 지금거려서

씹다가 뱉었다.


어제 또 잡으러 갔다.  첫날보다 많이 캤다.

국도 끓이고 깐 조개를 다지고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채 썰어 조개전을 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염없이 오는 날  지글지글 전을 부쳤다.


애주가들은 전과 막걸리를 먹었을 텐데 술을 못 먹는 부부는 커피랑 먹었다.

갯것 하는 것은 중노동인가 보다 온몸이 쑤신다.

다음 보름에는 밤에 낙지를 잡으러 가기로 했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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