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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Feb 01. 2020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

만보 걷기

작년 겨울에 잔병치레하느라 병원 출입이 잦았다.

병원에서는 면역력이 약해서 여러 가지 병이 오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고양이를 데리고 뒷짐 지고 가던 산책을

중단하고 하루에 만보를 걷기로 작정했다.  

워킹의 대가(?)인 초등 동창이  자신의 몸으로 체득한 지식과 

워킹하는 사진을  밴드에 올리고 있었는데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되었다.

걷기를 싫어하는 남편에게 협박과 독려를 하며 읍사무소가 있는

 군내리까지 걸었다.

갔다 오면 만이천  보가 되었다.  

첫날은 힘들었으나 조금씩 걷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남편의 고향이기에 곳곳이 추억과 이야기가 있다.

비 오는 날이면 귀신이 나온다는 저수지 앞을 지나기도

하고 재원이었던 친구가 젊은 시절에 죽어서 묻혀 있는

공동묘지 근처를 가면서 이름을 기억해내며 식구들 안부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제일 압권은 해가 바다에 빠지는 웅장한 쇼를 본다는 것이다.

저녁노을을 매일 보고 사진을 찍는데도 매번 감탄사가 나온다.


어제는 화태 대교를 건너갔다 왔다.  벽송산 공원에서

바라보면서 꼭 걸어가리라 했는데 어제 이만보를 넘기는

 기록을 세우며 걸었다.

화태교에서 보는 바다와 해는 다른 여행지 같은 느낌을 준다.

다리와 발바닥이 아프고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지만

마음은 숙제를 끝낸 것처럼 홀가분하고 개운하다.

초승달이 떠 있는 하늘을 보며 남편한테 말했다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웠냐" 고

걷기를 안 했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고 느낌이다


화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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