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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Apr 22. 2020

사월의 산은 연둣빛이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려도

   사월의 산은 연둣빛이다.

고사리 꺾으러 산에 오른다.  일 년에 한 번도 가지 않던 선산을 고사리 꺾는다고 요즘 자주 간다.

온통 연둣빛으로 물든 나무 잎들이 꽃만큼 설레게 한다.

고사리 꺾는 재미도 있지만 연둣빛 나뭇잎을 보고 내뿜는 상쾌한 냄새와 새소리 듣으며 희열을 느낀다.

틈만 나면 쑥을 캐서 인절미를 만든다.  보약보다 좋은 쑥 캐서 먹으라는 친정 엄마의 말씀에 아침에 

일어나면 닭장에 가서 닭들을 살펴보고 특히 며칠 전 부화한 병아리들이 잘 있나 살펴보고 곧장 집 뒤

잡목과 수풀 속에 있는 연한 쑥을 캐러 간다.  요즘 바깥 활동으로 바쁜 고양이도 따라온다.

연둣빛 잎사귀를 단 오리나무에 딱새가 날아왔다.  그것을 보고 고양이가 소리를 낸다.  그러면 딱새가 

화답하듯 고양이 머리 위를 맴돌다 다시 나무 위에 앉고 해서 서로 교감을 나누는 것 같아 흐뭇한 미소를

지었는데  어느 날 새를 잡아서 노는 것을 보고 질겁을 하고 빼앗아 살려 준 적이 있었다. 

사냥 본능에 충실한 고양이를 나무랄 수 없어서 딱새가 우리 주위에 날아오면 새 잡지 마라고 타이른다.

온라인으로 개학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중앙 안전 대책 본부에서 문자가 오는 가운데 살고 있다.

언젠가는 끝날 거라 믿으며 쑥을 캐고 씨를 뿌리고 산을 오르며 이 수상한 시절을, 봄을 보낸다.

친정엄마께 육이오 전쟁 이야기를 들었듯이 내 손자들에게 '코르나 19'로 겪은 어려움과  그것을 잘 견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날이 오겠지.   오늘도 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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