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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May 01. 2021

고사리 꺾기

-굿즈

작년에 집 뒷산이랑 선산에 올라가서 고사리를 많이 꺾어서 조기 깔고 지져먹고 말려서 추석에 볶아 먹기도 하고 친척들에게 나눔을 했다.

동면하는 곰처럼 겨우내 집안에서만 칩거하다가 고사리 때문에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작년에 많이 꺾어서인지 올해는 작년보다 많이 없다.  많이 없으니까 재미도 없고 눈 뜨면 고사리 꺾으러 갈 생각만 했는데 올해는 시들하다.

그래도 나눠줄 생각을 하며 가끔 산에 오른다.  독사가 많다고 남편은 막대기로 탁탁 치며 풀숲을 헤쳐 가라고 조언했다.  떡갈나무도 망개나무잎도 연둣빛 새잎으로 살랑거린다.  양지쪽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며칠 전 경상도 사람만 먹는다는 제피 새순을 따다 장아찌를 담았다.  며칠 지나니 노랗게 삭았다.  꺼내서 조물 조물 무치니 한 가지 반찬이 되었다.  촌에 들어와서 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딸이 내 그림으로 미국 굿즈 상품을 출시하였다.  집에서 놀 때 부업으로 하라는 것이다.

선물할 일 있으면 애용하라고 친구들에게 알렸더니 미국까지 진출했다며 출세했다고 한다.

배송료 20달러나 들어서 머그잔 하나 사달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친정 막내 동생이 아들 상탄 기념으로 한턱 쏘는걸 물병을 일괄 구입하여 다시 재배송하는 번거로움을 자처했다.  거기에 대한 수익금이 들어왔다.  기분이 묘하다.  

돈을 버는 건 쉽지 않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이 많으니까 위안을 삼으려 하지만 신경이 쓰인다.  고사리 꺾다가 예쁜 떡갈나무잎을 한 장 따왔다.  쿠션 패턴으로 그리려고

밭 담벼락 쪽에 있는 뱀딸기를 관찰하고 어젯밤 그렸다.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들을 자세하게 살피게 된다.

어깨 시술받아서 당분간 팔 쓰는 일을 안 해야 하는데 책상 앞에 앉아서 상품에 쓸 그림을 그리느라 자정을 넘기게 된다.  

'몸을 아끼고 살아야지' 다짐이 오늘도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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