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내가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는가?’ ‘아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게 맞는가?’
늘 양 갈림길에 다다랐을 때처럼 고민한다. 누가 정답을 던져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기자였다.
사진기자로 시작했다가 ‘글 쓰는 것’에 재미가 있어 취재기자로 전향했고
일에 대한 슬럼프가 왔을 때 엔터테인먼트사로 옮겨 ‘홍보’ 분야에 도전했다.
그리고 다시, 기자로 돌아온 지 10년째.
일한 횟수는 19년째로 접어들었고 지금 직장에서는 10년 차였다.
얼마 전, 사표를 냈다.
그 좋던 일이 지긋지긋해졌고 사람 관계에도 지쳐 있었다.
계속 똑같이 반복되는 ‘글’ 형식에 대한 매너리즘에도 빠져 있어서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글’ 자체를 쓸 수가 없었다.
또 ‘워킹맘’에 대한 시선과 불필요한 오해들 역시 나를 힘들게 했다.
그곳에서 결혼하고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고, 당시 임신과 출산을 한 사람이 우리부서에는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처음이자, 부딪힘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하는 일이 좋았기에 아이를 무척 사랑하지만, 육아휴직도 덜 쓴 채 복직할 정도였다.
아이 9개월 때부터 보낸 어린이집.
어린이집을 졸업할 때쯤 코로나가 시작됐고, 아이가 유치원 입학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맞아 재택을 병행하면서 육아했다.
아이가 7살이 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지금은 괜찮은데, 초등학교 가면 하원 시간도 빨라지는데 어떡할래?”였다.
늘 아름다운 퇴사를 꿈꾸던 내가 막상 내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퇴사를 생각하니, ‘해 둔 게 없다’는 생각에 불안함과 자책감이 엄습했다.
이직하기에 ‘내 나이’가 많고 새로운 일을 하기에도 두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사직서’를 낸 건... 일과 사람, 그리고 ‘지금이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다.
물론 처음 일할 때처럼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것도 많을 테지만...
사직서라는 갈림길에서 처음에는 ‘견뎌보자’였다.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유치원 제일 큰 형님반이 되기까지... 그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면
서 이를 악물었다.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라는 생각에 억울하기까지 했다.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영유아검진, 안과검진, 치과검진 등을 가야 할 때마다 나와 남편은 반차, 연차를 쓰고 서로서로 배려했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수족구나 편도선염 등 감기가 지속되거나 방학으로 장기간 가정보육을 해야 할 때는 친정엄마, 언니, 조카까지 나서서 도와줬다.
‘내가 일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도 커서 ‘사표’가 주저되기도 했다.
그런데 출근하면 할수록 점점 더 ‘정신이 갉아 먹힌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행복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견디고 있으면 좋은 점과 퇴사 후의 좋은 점을 꼽으니 ‘퇴사 후’의 장점이 더 많았다.
그렇게 생각이 확고해졌고 회사에 ‘사직서’를 던졌다.
난 워킹맘이 아닌 ‘퇴사맘’이 됐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었던 글을 쓰고 있다.
프리하고 프리덤한 퇴사맘 생활을 즐겨보려고 한다.